영화 유행어는 한 시대의 대중문화를 대표할 만큼 그 힘이 대단하죠. 어떤 대사는 들으면 곧바로 영화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런 대사를 보통 영화 유행어라 부르죠. 어제 문득 역대 재미난 대사가 뭐가 있을까 찾아보니 총정리 해놓은 글이 인터넷에 잘 없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정리해봤습니다. 영화가 끝나도 머릿속을 빙빙 돌며 잊혀지지 않는 역대 영화 유행어 총정리!
영화는 20세기에 개봉한 한국영화를 대상으로 했고요. 제가 모든 영화를 다 알진 못하니, 제가 아는 영화에 한해서 골라봤습니다. 독자님들의 두개골에 각인된 다른 명대는 어떤게 있나요?
"경아~오랜만에 같이 누워 보는군"
<별들의 고향, 1974>
70년대는 동시녹음 기술이 없어 영화는 모두 성우가 더빙했었죠.
당시 그걸 모르는 일반인들은 故신성일씨의 목소리가 진짜 저런 줄 알았습니다.
이 대사는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대사였어요.
키스신만 나와도 심의에 걸려 편집하던 시절에 같이 눕다니!!!
"내 말에... 토..토..토다는 새끼는 배반형이야 배반형..배신 배반형"
<넘버3, 1997>
난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진짜 양아치가 연기한 줄 알았어요.
21세기 조연에 송새벽이 있다면, 20세기엔 송강호가 있었습니다.
불사파 양아치 두목으로 등장한 송강호가 100% 애드립으로 한 대사였어요.
"나 돌아갈래"
<박하사탕, 2000>
아무도 몰랐던 설경구란 배우를 전 국민의 두개골에 각인시킨 대사였죠.
달려오는 기차 앞에서 양 팔을 벌려 절규하는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요.
삶의 막장에 다다른 영호는 박하사탕처럼 순수했던 스무살이 그리운 걸까요.
"고마해라, 마이무따아이가"
<친구, 2001>
준석(유오성)이 보낸 조폭에게 동수(장동건)가 칼을 맞으며 한 말입니다.
영화 <친구>는 청불영화임에도 불구하고 820만 명이 넘게 봤습니다.
당시로선 한국의 성인은 다 본 영화였는데, 이것 말고도 유행어가 대방출 되었죠.
"내가 니 시다바리가?"
"니가 가라 하와이"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봄날은 간다, 2001>
영화 <봄날은 간다>는 한국판 러브스토리라 할 수 있죠.
상우(유지태)가 헤어지자고 말하는 은수(이영애)에게 한 대사입니다.
잔잔한 피아노 음율과 바람소리가 참 듣기 좋았던 영화로 기억합니다.
광고에선 차태현이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고 말해 이 두 대사는 한 세트가 된 느낌.
"밥은 먹고 다니냐?"
<살인의 추억, 2003>
골때리는 촌뜨기 형사 송강호가 연쇄살인범 용의자 박해일에게 묻는 말이었죠.
이 말은 경상도에선 '찌질하다', '불쌍하다', '정신차려라' 등의 의미로 실제 일상에서 쓰는 말이에요.
넘버3와 마찬가지로 송강호가 현장에서 애드립으로 한 대사였습니다.
"누구냐 넌?"
<올드보이, 2003>
동명의 일본 만화를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개봉 당시 일본에서 근무하던 시절이라 전 일본 극장에서 영화를 봤는데요.
한국을 넘어 일본에서도 대히트를 쳤던 영화였어요.
일본인도 한국말은 몰라도 '누구냐 넌'이란 말을 알았으니까요.
나도 15년 동안 누군가가 만두만 먹인다면 그놈이 누군지 궁금하긴 하겠네요.
"너나 잘 하세요."
<친절한 금자씨, 2005>
영화판 혼자 다 해먹으려고 박찬욱 감독이 올드보이 이후 내놓아 대박친 영화였죠.
출소하는 금자(이영애)가 두부를 내미는 전도사(김병옥)에게 한 대사입니다.
교도소에서 착하고 예쁜 모습이었던 이영애가 출소하고 한 첫 마디라 더 인상적입니다.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달콤한 인생, 2005>
선우(이병헌)가 "정말 날 죽이려고 했어요?"라고 묻자 보스(김영철)가 한 대사입니다.
영화보다 여러 개그프로에서 더 많이 인용해서 더욱 유명해졌죠.
아직까지 전 국민에게 사랑받는 명대사!
"나 이대 나온 여자야."
<타짜, 2006>
이 대사는 정마담(김혜수)이 입에 달고 다니던 거짓말이었죠.
"나 군대 나온 남자야"라는 패러디도 있었다는...
그 외에도 다른 유행어도 수두룩 합니다.
"손은 눈보다 빠르다."
"패 건들지마 손목아지 날라가붕께"
"쫄리면 뒈지시든지"
"전 인생 목표가 뚜렷해요."
<방자전, 2010>
최대한 많은 여자와 잠자리를 하겠다는 뚜렷한(?) 인생 목표가 있는 변학도(송새벽)가
국밥집에서 이몽룡(류승범)과의 대화에서 나온 말입니다.
더듬더듬 어눌한 말투로 되바라지게 하는 말이 압권이었죠.
"납득이 안 가잖아, 납득이!"
<건축학개론, 2012>
납뜩이(조정석)가 승민(이제훈)에게 여자 꼬시는 방법을 가르칠 때 쓰는 대사였죠.
그리고 "키스란 건 말이야"로 시작하는 키스 강의도 홀딱 깨죠. ㅎㅎㅎ
"살아있네!"
<범죄와의 전쟁, 2012>
카리스마 작렬하는 보스 최영배(하정우)가 간간히 내뱉는 대사였죠.
실제로 부산에서는 '좋다, 멋지다'라는 뜻으로 종종 사용하는 말입니다.
청불 영화로 470만이란 대단한 관객을 끌어 모아 '살아있네' 신드롬을 낳았던 영화.
"드루와 드루와"
<신세계, 2013>
엘리베이터 격투신에서 "중구가 시키드나?"로 시작해 정청(황정민)이 내뱉은 말입니다.
이외에도 수많은 유행어가 나왔던 영화.
"어이 부라더~"
"갈 땐 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
"살려는 드릴께"
"거 중구형,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뭣이 중헌디"
<곡성, 2016>
효진(김환희)가 귀신에 씌였는지 아파하며 아빠 종구(곽도원)에게 한 대사였죠.
감독도 배우도 누구도 이 말이 유행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답니다.
"내 돈을 누가 갚을래?"
<범죄도시, 2017>
2017년 최고의 오락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중 윤계상의 대사가 머릿속을 맴도는 게 많은데,
"너, 내가 누군지 아니?"
"돈 받으러 왔는데 내 그것까지 알아야 되니?"
그리고 마동성의 대사도 잊혀지지 않아요.
"와~ 강패다."
"진실의 방으로"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
<극한직업, 2019>
1,600만이 넘는 관객으로 <명량> 다음으로 역대 박스오피스 흥행순위 2위에 올랐습니다.
서장(김의성)이 근엄하게 마약반 해체를 알리려는데, 통닭 주문 전화를 받는 고반장(류승룡)이 한 말입니다.
요즘 이 대사를 패러디하는 게 유행일 정도로 많은 이들이 재미있어하죠.
잠복근무 때문에 통닭집을 인수했는데, 본의 아니게 장사가 잘되어 일어나는 해프닝을 다뤘습니다.
모두 그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 명대사, 유행어가 아닐까 싶어요.
요즘은 영화 제작자가 유행어를 일부러 만드려고 애를 쓴다죠.
유행어가 영화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도 있죠.
제가 세상의 모든 영화를 보지 못해 더 많은 유행어가 있을텐데,
여러분의 기억에는 어떤 영화 대사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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