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어색한 '서울 여행'도 배가 차가 여행이 곱습니다. 경복궁, 청와대 근처 돌아다닌다면 통인시장에서 배 채우는 걸 추천합니다. 통인시장은 1941년부터 77년 동안 장이 열리는데, 현재 대략 80개의 점포가 골목에 촘촘히 들어서 있어요. 다른 재래시장과는 조금 다르게 채소, 과일, 생선 등 1차 생산물도 있지만, 대부분 식당, 반찬 등 먹거리 점포가 많아서 배 채우기 참 좋습니다. 규모가 크지 않아 길 찾기도 어렵지 않아요.
통인시장은 동서남북 어디로든 들어갈 수 있는 진출입로가 있고, 지하철, 버스정류장과 가까워 접근하기도 좋아요. 저도 서울 갈때는 차를 안 가지고 다니는데, 그래도 여행에 어려움이 없습니다. 여긴 동쪽 출입구.
여긴 북쪽 출입구예요. 고즈넉한 한옥 밀집 골목을 지나면...
짜라잔~ 하고 시장 메인 골목이 나타납니다. 장 보기 위한 상점도 많지만 먹거리 상점이 더 많아서 주섬주섬 먹으며 골목을 빠져나가면 배가 이미 불러 있다는... 그리고 여기엔 유명한 기름떡볶이 가게가 두 곳이 있어요. 원조 할머니 기름떡볶이랑 원조 정할머니 기름떡볶이가 있는데, 둘다 맛있어요.
남쪽 출구 바로 앞은 수요미식회에서 극찬했던 소머리국밥집 인왕식당이 있는데, 저곳은 다음에 자세히 한번 보여드릴게요.
통인시장에서는 전부 먹어보고 싶지만 1인분씩 주문해야 하는 불편함도 없어요. 왜냐고요?
통인시장에는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엽전'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하나에 500원인 엽전을 구매하면 구획이 나뉘어 있는 검은 도시락 판을 주는데, 거기에 500원 단위로 먹고 싶은 음식을 조금씩 구매할 수 있어요. 정말 기특한 시스템 아니것습니까? ㅎㅎㅎ
정할머니 기름떡볶이도 조금씩 담아 먹어볼 수 있어요.
할머니 한 5년 만엔 다시 뵈니 반갑게 인사해 주십니다.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르는 기름떡볶이와...
기름에 자글자글 튀기듯이 부친 전들도 꼭 먹어보고 오세요~ 완죤 맛있다는...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굉장히 맛있는 한과집도 있어요. 충청도 사투리 쓰는 아저씨가 어찌나 정답고 인심도 후하신지, 500원씩 구매해도 듬뿍듬뿍 담아 주십니다.
여기 한과가 달지 않고 고소하고 정말 맛있어요. 딱딱하지도 않고 부드러워 이가 안좋아도 쉽게 먹을 수 있겠더라고요. 설탕 단맛 보다 은근히 달콤한 걸 넣었는지, 개인적으로는 많이 안 달아서 좋더라고요.
특히, 시장 서쪽 출구에 있는 효자베이커리도 빼먹으면 섭섭합니다. 여기 옥수수빵 ‘콘브레드’가 정말 맛있거든요.
형제 둘이서 운영하는 빵집인데 갓구운 빵만 취급해서 신선하고 따끈해서 참 좋아요.
이게 바로 마약같은 콘브레드. 6개 들이 한판에 가격은 5천원인데 양이 많아서 둘이서도 배부르더라고요.
콘브레드는 제가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어요. 첫입 물자마자 '와~' 감탄사가 나도 모르게 나와요. 진심으로 왕 맛나는 빵입니다. 빵순이, 빵돌이에게 주기적 보충을 추천합니다.
경복궁 주변에 오래된 노포도 많고, 이름난 식당도 참 많아요. 어딜 가든 만족스럽겠지만 통인시장에서 이것저것 군것질처럼 다양하게 500원씩 맛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뭐랄까 통인시장 상인은 친절해서 다른 재래시장처럼 기웃거리기 부담스럽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라 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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