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계곡이 있다. '서촌 수성동계곡길' | 서울 가볼만한 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상으로 나를 떠미는 것

서울에도 계곡이 있다는 거 아시나요? 뭐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대부분의 도시에는 계곡이 다 있습니다만, 대부분 복개되어 흔적이 남아있지 않아요. 서울 서촌 옥인동의 인왕상 자락에는 수성동 계곡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통인시장에서 출발해서 계곡까지는 15분 정도 걸리는데, 직장이 근처라면 점심시간에 잠깐 산책 삼아 걸어가도 30분이면 족히 다녀올 수 있어요. 오르는 길가엔 복고풍 상점이 많이 있고, 박노수 미술관, 윤동주 하숙집 등 볼거리도 조금 있어 산책하기 아주 좋습니다.


통인시장에서 출발해서 수성동 계곡까지는 500미터가 조금 넘는 거리입니다. 약간의 오르막길이라도 15분 정도면 걸어갈 수 있답니다. (지도출처-카카오맵)






출발은 통인시장에서 했어요. 왜냐구요? 지난 글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배가 차야 여행이 곱기 때문이지요.






먼저 통인시장에서 500원 짜리 엽전도시락에 온갖 먹거리를 담아 배를 채우고~





통인시장 서쪽 출구의 효자베이커리에서 맛있는 옥수수빵 '콘브레드' 하나를 입에 찔러 넣고 시작합니다.






북촌은 국내외 관광객으로 많이 북적이지만, 서촌은 아직 덜 알려져서 한가해서 참 좋아요. 계곡으로 가는 길을 오르다 보면 재미난 악세서리 가게, 서점, 화방, 오락실, 식당 등 재미난 곳이 많습니다.






"꼬치길만 걷자." ㅎㅎㅎ






이 동네 상점들이 작명센스가 돋보이네요. 여기는 '서촌음료연구소'






1988년부터 있었다는 옥인오락실(구. 용오락실). 이런 분위기 정말 좋아요. '너는 오락이 땡긴다' 테트리스, 보글보글, 갤러그, 최신 게임은 없답니다. ㅎㅎㅎ






남도분식, 여기는 TV예능 '전참시'에서 이영자가 상추튀김 맛있다고 한 집이네요.





남도분식에서 조금 더 걸어오면 오른쪽 골목 안에 박노수 미술관이 있습니다. 동네 주민은 이곳을 '비밀의 정원'이라고 부르는데, 조선후기 관료이자 친일파로 알려진 윤덕영이 딸을 위해 지은 건물입니다만, 일제강점기에 한국화단의 거장인 박노수가 인수해 40년간 그림을 그렸던 집입니다.


참고로 친일파 윤덕영으로 말씀드릴 것같으면, 일본의 강제적인 조선 병합에 기여한 공으로 자작 칭호를 받고 조선총독부의 자문기관인 중추원 의 부의장이었습니다. 친일 행적으로 일제 후반기에 납세순위 20위에 들어갈 정도로 부호였어요. 나라를 팔아먹은 댓가로 옥인동 전체 땅 중 절반이 넘는 땅이 그의 소유가 되었습니다. 윤덕영은 순종비 윤씨의 큰아버지였는데, 일제의 조선 강제 병합을 막으려고 옥새를 치마폭에 숨겨 도망가던 조카에게 강제로 옥쇄를 빼앗아 일본에 갖다 바친 한일병탄의 거의 일등공신에 가깝습니다.






아무튼, 훗날 이 집을 사들인 박노수 화백인 이곳에서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요. 아쉽게도 내부와 정원까지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보여드릴 수 없어 안타깝네요. 내부로 들어가면 세 곳의 전시실과 정원과 산책길이 있습니다. 박 화백의 거실과 안방, 마루 등이 잘 보존되어 있고, 전시실에는 그의 산수화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관람시간: 10시~18시

◦관람료: 어른 3,000원, 청소년 1,800원, 어린이 1,200원





길을 오르다 보면 작은 디자인회사, 갤러리 등이 많은데, 느낌 좋은 창문 구경도 재미있습니다.





이 집은 시인 윤동주가 살았던 하숙집 터입니다. 지금은 그때 집은 사라지고 터를 가리키는 표시만 되어 있습니다.






윤동주는 옥인동에 있는 소설가 김송의 집에서 하숙을 했는데, 이곳에서 지낸 기간은 3개월이지만 <별 헤는 밤>, <자화상> 등 주옥같은 작품이 이 시기에 쓰여졌습니다.






담벼락에 좁게 붙은 이 옛집은 '서촌재'란 작은 갤러리입니다. 건물이 작아 작품은 많이 없지만 느낌 좋은 소품과 작품 감상 꼭 하고 지나가세요.






그리고 오늘의 종점 '수성동계곡'입니다. 이 사진만 딱 보면 강원도 설악산이나 문경의 어느 계곡같지 않나요? 눈앞에 보이는 이 바위가 풍류를 아는 왕자 안평대군이 집을 짓고 살았던 집터이자, 겸재 정선의 '장동팔경첩'에 들어있는 '수성동'의 원본(?)이기도 합니다. 장동(壯洞)은 지금의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효자동, 청운동 등을 말하는 옛 지명입니다.





수성동(水聲洞) / 정선 / 간송미술관 소장





큰 바위 양쪽을 이어주는 기린교는 조선 안평대군(1418∼1453)의 집터에 있던 옛 돌다리인데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겸재 정선의 그림과 비교해보면 여기가 확실하지요? 수성동은 조선시대 때의 이곳의 지명입니다.


통인시장에서 여기까지 왕복 30분이면 슬슬 걸어 산책할 수 있습니다. 여행으로 찾아가셔도 좋고, 근처가 직장이라면 점심 먹고 산책하기에도 참 좋아요. 서울도 계곡이 있다는 걸 잊지 마세요!

이미지 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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