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어 더 아름다운 길 '서촌길' 산책 | 서울 가볼만한 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 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상으로 나를 떠미는 것

서울은 천 년이 넘는 수도의 역사가 있습니다. 백제, 조선, 대한제국을 지나 현대에 이르기까지 1,300년이 넘습니다. 세계적으로 천 년이 넘는 도시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곳은 몇 안됩니다. 아테네, 로마, 마드리드, 런던, 파리, 이스탄불, 상해 정도가 있겠네요. 이러한 도시들이 유명한 이유는 옛 모습을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인 서울 또한 경복궁을 기준으로 인사동, 북촌, 그리고 서촌은 옛날 정체성을 아직까지 간직하고 있습니다. 지난 시간 수성동 계곡길에 이어 오늘은 서촌길을 걸어 볼게요. 수성동 계곡길은 아래 링크를 따라가면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서울에도 계곡이 있다. '서촌 수성동계곡길' | 서울 가볼만한 곳



제가 임의로 붙인 서촌길은 이상범 가옥을 시작으로 이상의 집, 대오서점을 지나 영화루까지 이어지는 길지 않은 산책길입니다.






서촌의 한옥 골목길은 북촌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 북촌은 조선의 집권 세력이 살던 거주지였고, 경복궁과 인왕산 사이의 서촌은 역관 등 조선의 전문직 중인들이 모여 살던 곳이라 규모나 구조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서울 사대문 안에는 한옥이 1,400여 채가 남아 있어요. 그중에 300여 채가 현재 서촌에 있습니다. 하지만 서촌의 가옥형태는 북촌과 조금 다릅니다. 북촌이 사대부가 거주만 하던 곳이라면 서촌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중인들이, 예를 들면 무당집, 화가, 철학원, 시장, 사찰 등의 다양한 모습으로 남아 있어요.






천 년을 넘게 이어 내려온 미로 같은 고샅길은 지금도 명백을 견고히 유지하고 있어요.





큰 길에서 골목으로 30여 미터 들어와 만난 곳은 청전 이상범 가옥. 대문은 대략 80년 대의 것으로 보이지만...






바깥 대문을 들어서면 다시 전통 기와집 대문이 나옵니다.






두 개의 대문을 들어서면 드디어 이상범 가옥의 네모난 마당이 나옵니다. 청천 이상범은 1921년 제1회 조선미술전람회 입상으로 작가활동을 시작했는데, 1942년부터 돌아가신 1972년까지 이 집에서 작품활동을 했습니다. 지난 '수성동계곡길'에서 언급했던 '박노수 화백'도 서울로 상경해서 이 집에서 그림을 배워 배출된 화가입니다.






부엌이 참 독특하네요. 보통 좁은 도시 한옥에서는 부엌에 찬마루를 두지 않는데 여긴 널찍하게 있어요.






여긴 안방. 오래된 벽장이 참 푸근하네요. 어릴 적엔 벽장이 있는 집이 대부분이었거든요. 요즘으로 따지면 붙박이장이라고 할까요?






이상범 가옥은 대문을 들어서면 ㄱ자 안채를 만나고 오른쪽으로 일자로 뻗은 행랑이 이어붙인 전형적인 근대 도시한옥의 모습을 하고 있어요.





사랑채의 여러 개 문을 지나면 끝에 이상범 화백의 그림 작업실이 나옵니다.






화실은 여러 개의 공간으로 되어 있는데, 빛이 들어오는 한쪽 벽에는 연못도 있어요.






요즘 세상에선 이걸 욕조 정도라고 볼 지 모르겠으나, 당시엔 여기에서 물고기도 키우고 그랬을 겁니다.






이상범 화백의 작업 탁자.






작업실엔 그의 그림도 몇 점 전시하고 있어요. 가끔 관광버스로 온 단체로 복닥대기도 하는데, 대체로 한가롭게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시 길을 나와 만난 제대로커피. 커피가 3천원인데 맛있어요. 그리고 여기 유리병에 담아주는 밀크티가 아주 맛나요. 으흐흐






커피점을 지나, 누가 보면 빈집처럼 보이는 이곳은 시인이자 소설가인 '이상(李箱)의 집'입니다. 문은 늘 열려있고 누구나 구경할 수 있습니다만, 모르면 뭔지 몰라 들어갈 수가 없는 애매한 모습을 하고 있어요.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천재작가 이상은 이집에서 세 살부터 20년을 살았는데, 현재는 집터의 일부에 전시장으로 쓰고 있습니다.






서랍과 책꽂이엔 그의 작품이 빼곡히 들어 있어요. 그리고 오른쪽 검은 대문으로 들어가면...





이상의 어두운 성격과 어둡고 좁은 방을 좋아했다는 그를 표현한 검은 공간이 나옵니다. 등 뒤로는 이상 작품에 대한 영상이 흘러나오고, 계단을 오르면 틈 사이로 세상이 좁고 길게 보입니다.






이상의 그림과 글씨를 넣은 엽서는 천 원.






이곳은 요즘 세간에 인기있는 대오서점. 방탄소년단 앨범과 이이유 꽃갈피 음반에 등장했던 곳입니다. SBS 런닝맨에서도 본 기억이 나네요. 손님이 없는 평일엔 저녁 시간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평일엔 일찍 가는 게 좋아요. 지금은 서점은 아니고 옛날에 팔지 못한 책이 많은 카페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 골목의 터줏대감 영화루. 아주 옛날부터 50년 전통이라고 했으니, 지금은 아마도 거의 60년은 되지 않았나 싶어요. 보통은 늘 줄을 서서 먹지만, 제가 찾은 날 하필 브레이크 타임이라 줄이 없네요. 한 시간 뒤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바람에 전 다른 곳으로 ㅠㅠ 1층은 현대적인 구조로 되어 있고, 2층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니 2층으로 올라가세요! 가격도 보통 동네 중국집처럼 저렴해요.






서촌은 작지만 참 재미나고 예쁜 가게가 많아요. 좁은 동네라 수성동 계곡까지 골목골목 한 번에 다 돌아보더라도 1~2시간이면 충분히 구경할 수 있습니다. 경복궁 근처 종로로 여행 가셨다면 서촌 구석구석 다 뒤져보고 오세요. 재미난 곳이 아주 많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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