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히 보존된 몇 안되는 조선의 성곽 '해미읍성' | 서산여행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충남 서산 여행에서 꼭 가봐야할 곳 해미읍성. 바다가 아름답다는 뜻의 해미(海美)는 조선시대부터 쓰던 말입니다. 지리적으로 서쪽으로는 바다와 맞닿아 있는데, 더 서쪽으로 태안 해변이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비교적 배가 드나들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덕분에(?) 조선시대에 왜구들이 자주 출몰해서 내륙지방을 선제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쌓은 성입니다. 봄이면 꽃도 피고 새파란 하늘이 참 아름답습니다.


조선의 성은 대체로 남쪽이 정문입니다. 해미읍성 정문 '진남문(鎭南門)'. 한자에서 보듯 진압한다는 뜻의 진(鎭) 자를 쓰는 걸 보면 왜구를 진압하기 위해 지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남쪽으론 왜구밖에 안 쳐들어 오니까요.






해미읍성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읍성 중에 하나인데, 완벽하게 형태를 보존하고 있는 게 놀랍습니다. 중간중간 외벽 성돌을 보면 공주, 청주 등의 도시 이름이 적혀 있는데, 여러 고을에서 성벽을 나누어 쌓았고 부실공사를 막는 공사 책임제의 증거가 아닐까 싶어요.






진남문 뒤편 문루 아래를 가로지른 받침돌에는 붉은 글씨로 황명홍치사년신해조(皇明弘治四年辛亥造)라고 적혀 있습니다. 홍치(弘治)는 명나라 효종의 연호인데, 진남문이 홍치 4년(1491, 성종 22년)에 지었다는 것을 뜻합니다.






안쪽 성벽이 좀 독특하네요. 4~5단의 계단식 석축을 쌓고 그 위로 흙을 덮어 경사지게 내벽을 만들었어요. 거기에 기대어 수직되게 외벽을 쌓았습니다.





진남문을 들어서자 첫 느낌은 깔끔하게 관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 성벽, 돌바닥, 잔디, 나무, 어느 것 하나 완전하지 않은 게 없어요. 놀랍네요.






중앙 길 옆으로 성을 방어하던 신기전과 여러 병기구들이 전시되어 있네요. 아이와 이야기 하며 걷기에 좋겠어요.






우리는 아이에게 성공한 미래는 선물할 순 없어도, 행복한 과거는 선물해줄 수 있답니다. 많이 많이 데리고 나가주세요~






읍성 가운데 있는 회화나무. 조선 후기는 천주교 박해가 심각했습니다. 심지어 실학자 다산 정약용도 천주교인이란 죄명으로 해미읍성으로 귀향살이 했으니까요. 회화나무 뒤편으로 조선시대 감옥인 옥사가 있습니다.





나이가 300살을 훌쩍 넘긴 회화나무에는 옥사에 수감된 천주교도를 하나하나 목매달아 처형했던 아픈 과거가 있어요. 지금도 자세히 보면 나무 줄기에 철사줄을 묶었던 흔적이 있습니다. 현지인은 이 나무를 '호야나무'라 부릅니다.





옥사 내부.






종교가 천주교라는 이유만으로 조선 후기엔 정말 많은 사람이 처형당했습니다.






조선의 감옥은 참혹한 곳이었습니다. 가둬놓기만 했지 음식을 제공하지도 않고, 옷도 이불도 난방도 하질 않았으니 짐승만도 못한 대접을 받았으니까요. 그래서 '옥바라지'란 말이 생겼어요. 가족이 옥에 갇히면 모든 것을 갖다 줘야 살아남을 수 있었으니까요.






해미읍성 한쪽에는 조선의 민속가옥을 재현해 놓았어요. 조선시대 농부, 상인, 서리(말단관리) 등의 집이 총총히 서있습니다.






집은 그냥 구경만 하는 게 아니고, 집 안에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광주리를 엮고, 발을 뜨고, 옷감을 짜고, 짚을 꼬고 계세요. 만든 광주리는 짚신 등은 팔기도 하는데, 실제 사람이 거주하는 집은 아니지만 현실감이 있어요.






해미읍성 가장 북쪽에는 동헌(東軒)이 있습니다. 지방관서에서 정무를 보던 건물인데요. 병마절도사, 관찰사 등 수령들의 일반 행정업무와 재판이 행해졌어요.






동헌(東軒) 건물은 어디서 본 거 같지 않으십니까?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유진 초이가 조선군에게 총기 훈련을 하던 장면이 여기서 촬영되었습니다. (사진 @tvN 미스터션샤인)






동헌 담벼락. 담벼락 위로 수줍은 듯 살짝 고개를 내민 기와지붕이 참 아름답네요.






동헌 담벼락도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했어요. 유진 초이가 고종의 부탁으로 무관학교 교관직을 수락하고 나오다 애신 아씨와 마주치는 장면의 배경이 여깁니다. 담벼락 뒤 자두꽃은 CG라는 ㅎㅎㅎ (사진 @tvN 미스터션샤인)






서산의 해미읍성은 제가 다녀본 많은 성곽 중에서 가장 관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따뜻한 봄날 주말에 아이와 연인과 함께 산책해보세요. 요즘 근처에 백종원의 <골목식당> 촬영하는 곳도 여러 곳 있고, <응답하라 1988>에서 등장했던 얄개분식도 근처에 있어요.


◦입장료 주차료 무료

◦입장시간 : 하절기(3월~10월) 오전 5시~오후 9시, 동절기(11월~2월) 오전 6시~오후 7시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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