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로봇에 대한 인간의 딜레마. 영화 '엑스 마키나'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AI는 절대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믿었지만...


최근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회에서 인간이 패배했고, 세계랭킹 1위의 중국 커제 9단은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AI(인공지능)에 무릎 꿇었다. 체스 같은 단순한 룰의 게임에서는 AI가 두각을 보였지만, 수만가지 경우의 수와 인간의 기세(氣勢) 또한 변수가 되는 바둑에서 알파고가 이길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영화 '엑스 마키나'를 보면서 그때 느꼈던 두려움이 다시 떠올랐다. 지능 뛰어나고 설득력 있는 화술까지 갖춘 AI 로봇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는 지구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프로 9단 바둑기사를 압도적으로 농락한 알파고와 닮았다. 알파고를 만든 건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구글이었고, 영화 속에서 인공지능 로봇 에이바를 만든 검색엔진 회사가 블루북이라는 것도 비슷하다.



AI 로봇 에이바 튜링 테스트(Turing Test)


튜링 테스트는 인간과 AI가 대화를 나누면서 상대방이 AI인지 인지할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러운가를 시험하는 것을 말한다. 영화는 세계 최고 검색엔진 블루북의 프로그래머 칼렙은 사내 이벤트에서 1위를 차지해 에에바 로봇의 튜링 테스트에 참여하게 된다. 칼렙은 블루북 회장 네이든의 집에서 일주일간 에바가 인간과 얼마나 자연스럽고 고차원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지 시험해야 한다.


'엑스 마키나'는 라틴어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에서 따온 말이다. '기계로 온 신'이란 뜻인데, 영화 제목은 Deus를 빼 '기계로부터'라는 함축적인 해석의 여운을 남겼다. 네이든 회장의 집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일주일간 벌어지는 튜링 테스트에서 두 명의 인간과 두 개의 로봇 사이의 심리 변화에 주목하게 되는 독특한 SF 영화다.






"내 친구가 되고 싶어요?"


네이든에 의해 개발된 AI 로봇 에이바는 처음으로 낯선 사람 칼렙을 만난다. "새로운 사람은 처음이예요" 매력적인 외모의 에이바와의 대화는 완벽한 사람이었다. 놀랍게도 에이바는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는 칼렙의 심리를 이용하는 한층 진일보한 지능과 화술을 가졌다.


인간과 동물의 다른 점이라면 자아(自我)를 들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인간은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을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자각한다는 것이 아닐까. 에이바는 "내 친구가 되고 싶어요?"라는 달콤한 말로 칼렙의 마음을 흔들고, “네이든의 말은 믿지 마세요”라며 의심을 품게 하는,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졌다. 이정도의 자아를 가진 에이바는 로봇인가 사람인가...





인간과 똑같이 생각하는 로봇은 축복일까, 재앙일까?


인간이 존엄한 존재라는 건 공포, 행복, 사랑 등의 고차원적인 감정을 가졌고, 다른 사람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쟁취하려는 이기적인 마음도 가진 유일한 존재다. 그런데 인간의 능력보다 한층 더 진일보한 사고를 한 AI의 등장은 인간에게 축복일까, 재앙일까. 영화 '엑스 마키나'에선 완전한 '재앙'이라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인간과 완전히 똑같은, 아니 더 발전한 사고를 하는 존재는 인간에겐 재앙일 지도 모른다. AI에이바는 네이든과 칼렙의 갈등을 조장해 원하는 바를 이룬다. 초보적인 지능인 알파고가 이세돌과 커제를 물리칠 정도로 발전한 능력을 갖췄다면, 훗날 인류보다 더 깊은 사고로 무장한 AI가 우리를 지배할지도 모른다. 지금의 인류가 지구를 지배한 것처럼...





"프로메테우스의 불같은 거지”


그리스 신화에서는 평화로운 인간계가 도탄에 빠진 이유는 다름 아닌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던져준 것 때문이었다. 네이든이 개발한 고차원 AI 로봇은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아닐까. 요즘 프로 9단의 바둑기사는 인간에게서 바둑을 배우지 않고 AI에게 바둑을 배운다. 훗날 사고를 해야 하는 일은 로봇에게 내주고 깊은 사고가 필요 없어진 인간은 언젠간 도태되거나 AI의 지배를 받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지구를 지배하고 있는 것처럼...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은 “완전한 AI 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종말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라고 말했고, 테슬라 모터스의 CEO 일론 머스크 또한 “어쩌면 우리는 AI라는 악마를 불러들이고 있는지도 모른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영화 '엑스 마키나'는 흔한 AI 로봇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가볍지 않다. 오펜하이머가 원자폭탄을 만든 후, "나는 죽음이자 세상의 파괴자로다"라고 말했듯, 인간의 기술이 인류를 멸망시키는 아이러니가 벌어질 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왜 날 안 내보내줘요?"라고 묻는 자아를 가진 로봇에 대한 '인간다움'에 대한 연민으로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난 왜 이 영화가 무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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