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내가 아는 것보다 낯설 지도 모른다. 영화 '완벽한 타인'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우리는 다른 이의 '공적인' 모습만 보고 산다. 이는 누구도 타인의 온전한 모습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재규 감독의 <완벽한 타인>은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얼마나 이해할 수 없었으면 40년 지기 친구조차도 '완벽한' 타인이라고 말하고 있을까.


40년 지기 친구들이 부부동반 식사 모임을 한다. 익숙한 걸로 봐선 주기적으로 모임을 하는 것 같다. 평생을 곁에 두고 만난 친구라면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지 않을까? 이재규 감독은 인간의 본 모습은 누구도 알 수 없는 '완벽한 타인'이란 걸 과감하게 화면 속으로 끌어낸다. 가벼운 영화인 줄 알았는데 예상은 거침없이 깨졌다.


폭탄은 터지는 것보다 터질세라 조마조마한 게 더 무섭다.


저녁식사로 모인 부부동반 친구 중 하나가 제안을 한다. 식사 시간동안 핸드폰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지금부터 오는 메시지, 전화, SNS 등 모든 것을 서로에게 공유하자고... 언뜻 별 일 없을 것같아 모두 동의하고 자신만만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점점 불안해지는 얼굴들을 하고 있다. 이 영화가 무서운 건 폭탄이 터져서가 아니라 언젠간 터질 것 같은 조마조마함 때문이다. 그 불안한 마음이 관객의 정신을 온전히 붙들어 맨다.



두터운 벽을 부수고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


사람은 누구나 말할 수 없는 비밀이 있다. 연인 사이에도 부부 사이에도, 심지어 부모 자식 사이에도 깊은 곳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은밀한 것이 있기 마련이다. 모두에게 공개된 전화기에서 문자, 전화가 오면서 그들의 비밀 폭탄이 하나씩 둘씩 테이블 위로 올려지고 어김없이 누군가는 상처를 입고 관계는 깨진다. 인간관계에선 '남이 보는 나'만 보여주는 게 현명한 걸까. 내가 아는 날 공개하면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긴 하겠지만...


사람은 내가 아는 것보다 낯설 지도 모른다.


인간은 불안정한 감정과 인식으로 타인을 평가하고 관계를 맺는다. 우리가 '세상'이라고 믿는 내 주위의 그들의 집합 또한 '완벽한' 타인일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비밀을 모르고 있다고 해서 그들이 소중한 사람이 아닐 수는 없다. 인간은 본디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그게 신의 뜻일 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 영화, 참 기발하고 과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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