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걸작영화 '대부' 시리즈 총정리를 해 봤습니다. 지금에 와서 <대부1,2,3편>을 소개한다는 것이 새삼스럽네요. 근대 미국영화 역사의 한페이지를 장식했던 갱스터영화의 기념비적인 걸작으로 기억되고 있는 이 영화는 지금까지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찬사를 모두 갖다 붙여도 모자랄 판입니다. 1970년대 초, 이 영화의 감독직을 맡기 전까지는 그저 약간의 재능있는 감독 쯤으로 여겨지던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영화 <대부>의 흥행으로 인생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당시 영화를 만들고 있는 도중에서 여러 투자자들에게서 제작비를 많이 쓴다고 욕도 많이 먹고 감독을 교체하라는 압박도 많이 받았습니다만, 결국 젊은 코폴라는 이 영화를 무서운 집념으로 확신했습니다.
출연진 캐스팅에서도 메쏘드 연기(Method acting)에는 두각을 나타냈지만 전성기는 이미 지난 '말론 브란도'와 당시 연극판에서만 조금 알려진 거의 무명인 '알 파치노'를 캐스팅해야 한다고 밀어 붙인 사람도 바로 코폴라 감독이였죠. 영화가 개봉되고 뚜껑을 열어보니 미국영화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불멸의 두 캐릭터 '말론 브란도'와 '알 파치노'가 탄생했습니다.
▼ 영화 보는 내내 가슴을 때리는 대부OST를 들으며 글을 읽어보세요.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입니까?" 아주 가끔이지만 영화 심사원 자격으로 매체 인터뷰에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참 곤혹스럽습니다. 한마디 대답에 나의 문화적 감수성과 식견이 낱낱이 벗겨질 거라는 일종의 두려움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식견이 들통 날 것을 각오하고 자신있게 말하는 영화는 바로 <대부1, 1972>과 <대부2, 1974> 두 편입니다. 지금 현대에 와서 보더라도 이 두 영화는 어떤 면에서도 결코 촌스럽거나 엉성하지 않습니다. 서두르지 않는 템포느린 갱스터 패밀리들의 사랑과 욕망, 그리고 분노와 복수를 한 편의 작품사진 같은 화면 속에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잘 녹아 있는 멋진 영화라 하겠습니다.
아주 짧게 대부 시리즈의 이야기를 하자면 <대부1>은 '비토 꼴레오네(말론 브란도)'의 막내 딸의 결혼식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대부인 그는 거대 범죄조직을 운영하며 장남을 잃고 자신도 세상을 떠나며 새로운 대부로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가 탄생하기 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를 디지털리마스터링 된 버젼으로 21세기인 지금도 볼 수 있다는 것은 크나큰 축복이라 생각됩니다.
이 시리즈에서 1편 만으로도 완벽한 영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만, 이 위대한 텍스트는 2년 후, 2편이 개봉하면서 비로소 완벽해졌습니다. <대부2>에서는 교차편집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보여주는데 '비토 꼴레오네'의 젊은 시절 역으로 젊은 '로버트 드 니로'가 출연합니다. 영화는 가족 모두 이탈리아 시실리에서 마피아에게 살해당하고 혼자 미국으로 건너간 9살의 비토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미국에서 자란 비토 꼴레오네는 현지의 마피아를 제거하면서 대부로 성장합니다. 비토의 뒤를 이은 작은 아들 '마이클 꼴레오네'는 세상에서 가족을 가장 아끼지만 조직을 위해 사랑하는 형제들을 숙청하고 아내를 떠나 보냅니다.
<대부3>에서는 오페라 극장의 아리아 속에서 3대에 걸친 꼴레오네 가문의 피묻은 과거를 청산하기 위해 전편과는 다른 화려한 호사를 부렸지만 사실감이 떨어집니다. '마이클 꼴레오네(알 파치노)'는 그 어떤 도전에도 복수하지 않으며 합법적인 기업으로 거듭나려 하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이클은 자신의 조직을 합법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과업을 아들이 맡아주길 바라지만, 아들은 오페라 가수가 되겠다고 그의 제안을 거부합니다. 이제 그의 사업을 물려받을 사람은 큰형의 아들 '빈센트(앤디 가르시아)'밖에 남지 않았는데 빈센트는 매우 폭력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으로 죽은 그의 아버지와 꼭 닮았습니다. 이제 마이클의 조직이 피의 과거를 청산하는 일은 물건너 간 걸까요.
대부는 2차대전 이후 미국으로 들어온 이민자들의 성공과 좌절, 그리고 가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미국이 있기까지 정치와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마피아들의 이야기지만 미국의 건국신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70년대 전쟁 이후 미국사회와 종교계의 어두운 면을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를 저는 가족영화라 부르고 싶습니다.
시리즈의 첫 시작인 1972년부터 1990년까지 거의 20년에 걸쳐 제작되었음에도 대부분의 등장인물은 바뀌지 않고 그대로 등장합니다. 첫편을 개봉하고 40년이 더 지났음에도 계속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이 대단한 영화는 얼핏 지루할 것 같고 재미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고정관념이 있지만 전혀 그렇지가 않습니다. 1,2,3편의 런닝타임이 각 3시간이 넘는 길디 긴 영화지만 전혀 지루할 틈 없이 아름다운 음악과 영상을 바탕으로 탄탄한 긴장감을 원동력으로 내 달립니다.
영화 대부가 더 의미심장한 것은 마이클(알 파치노)이 미국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패밀리를 위해 끊임 없이 적들을 죽여야하는 죽음의 향연을 벌이는 대부의 비정한 모습은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시대의 미국에 대한 은유이며, 이 영화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추앙 받는 것은 바로 그 통렬함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미국이 언제부터 비뚤어지기 시작했는지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으며, 미국의 핏빛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코폴라 감독의 예측은 이후 현실이 됩니다.
강산(江山)이 4번이나 바뀌고 지금은 백발 노인이 되어버린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를 늙게 만든 '세월'이 미워지게 만들 정도로 걸작 중의 걸작 영화입니다. 전(全) 편을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 댓글이 개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