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화두 모호한 결말, 영화 '모비딕'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오늘은 조금 무거운 내용의 영화 한편을 감상해 보겠습니다. 영화 <모비딕>은 2011년도에 개봉했던 영화인데요, 한국에서 음모론을 다룬 최초 영화가 아닐가 싶네요. 영화는 표면으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리고 정부 위에 군림하는 세력이 있다는 가정하에 시작합니다. 즉, 대통령 5년, 국회의원 4년 마다 선거를 통해서 선출되고 낙방하는 하루살이 세력들 말고 '영원히 국가 위에 군림하는 숨어있는 왕 같은 존재가 대한민국에도 있을 것이다' 라는 상상력을 가지고 시작합니다. 상황 자체가 워낙에 허무맹랑하다 보니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이딴 상상이나 하느냐' 등 이런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상상은 자유니까요..... 아무튼 어떤 영화인지 좀 더 자세히 들어가 보겠습니다.

 

 

 

 

 

 

 

X 예고편

 

 

 

 

 

X 역사에 뿌리를 둔 영화적 상상력

 

1994년 11월 경기도 발암교에서 알 수 없는 폭발이 일어나고 인명피해가 발생합니다. 이 사건을 정부측은 북한의 테러라고 발표합니다. 어느날 사회부 기자인 이방우(황정민) 앞에 고향 후배인 윤혁(진구)가 보안사에서 탈영했다며 가져온 짐을 두고 사라집니다. 이방우는 윤혁이 두고간 짐에서 나온 문서와 디스켓을 살펴보며 특종임을 직감하고, 지역신문기자 출신인 손진기(김상호)와 사회부 막내기자 손효관(김민희)와 취재를 위한 팀을 꾸립니다. 그런데 이들은 취재를 거듭할수록 의문의 세력의 방해가 있음을 알게되고 이들은 점점 위험에 빠집니다.

이 영화는 1990년도 한국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윤이병 양심선언' 사건을 기반으로 합니다. 당시 보안사에서 근무하던 윤석양 이병은 민간인사찰에 관한 내용이 담긴 컴퓨터 디스크를 들고 탈영, 언론에 공개해서 불법사찰을 일삼던 한국 정치계의 후진적인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었죠. 그리고 영화속에 등장하는 호프집 '모비딕' 역시 당시 보안사가 서울대앞에서 정보수집을 위해 차려놓았던 위장 카페의 이름을 그대로 따 왔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음모론이라는 정확하지 않은 '의혹' 수준이지만 보는 내내 역사에 뿌리를 둔 영화적인 상상력으로 탄탄한 현실감이 느껴집니다.

 

 

 

 

 

 

X 긴장감을 잃지 않은 현실감있는 스릴러

 

한국이란 사회는 너무나 많은 의혹들이 난무하고 해명되지 안은 채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영화는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허구이지만 소름끼칠 정도로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20년이 훌쩍지난 사건이지만 지금의 정치권을 움직이는 힘의 방향도 그때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것을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큰 사건이 하나 타지고, 인터넷에는 온갖 음모로 판치는 대한민국에서 '음모론'을 다룬 영화가 없었던게 참 이상합니다. 헐리우드에서 이런류의 영화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스케일도 상당히 방대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든 영화가 많은데요, 모비딕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실제사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관객 모두가 마치 '목격자' 같은 느낌으로 이입해서 더 현실감이 넘칩니다. 하지만 사회부 기자란 사람이 입술에 립스틱이 번질까봐 걱정하며 오로지 이쁘게만 나오고 싶은 김민희의 들뜬 연기와 거침없는 초반과 달리 흐지부지하고 모호한 결말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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