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잃어버린 사춘기를 찾아서, 영화 '써니'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1980년대 청바지 조다쉬, 서지오 발렌테를 기억하십니까? 이런 브랜드를 떠올리다 보면 그 당시 같은 청바지를 입고 다니던 친구들이 떠오릅니다. 오늘은 중년들의 잃어버린, 아니 잊어버렸던 사춘기를 다시 찾아줄 영화 <써니>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떤 에세이에서 '젊은이들은 자극에 민감하고, 중년들은 공감하는 것에 마음을 연다'고 했습니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2011년 5월. 중,장년배의 아줌마, 아저씨들은 너도 나도 극장을 찾는 진귀한 장면들이 연출되었었죠. 젊은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친구를 찾고 싶은 외로움이 있는 그들에게 마음을 연다는 것은 지갑을 연다는 말과 같은 말이 아닐까요. 영화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 예고편

 

 

 

 

 

 

어린시절 칠공주 맴버였던 하춘화는 암으로 죽어갑니다. 임나미는 춘화를 위해 예전 학창시절 칠공주 모임인 '써니' 멤버 7명 중 나머지 5명을 찾아나섭니다. 나미는 친구들을 찾지만 그시절 뽀송했던 모습들은 온데간데 없고 그녀 앞에는 시들어가는 40대 아줌마들만 있습니다. 욕쟁이 진희는 가식덩어리 사모님이 되어 있고, 미스코리아가 될거라던 복희는 술집 작부로 살고 있고, 쌍꺼풀에 목숨걸던 장미는 보험을 팔고 있고, 귀여웠던 문학소녀 금옥이는 시어머니의 타박속에서 지지리 궁상으로 살고 있고, 상처입고 자살을 기도했던 수지는 행방이 묘연합니다. 이 영화는 나미가 옛 친구들을 하나씩 찾으며, 교차편집을 통해 추억을 곱씹는 25년 전의 나를 찾아가는 이야기입니다.

 

 

 

 

 

 

 

× 어린시절 나를 만난다.

이 영화는 지금은 중년의 나이가 돼버린 이들의 젊은 시절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왜 이제와서 새삼스럽게 마흔이 훌쩍 넘은 사람들이 그때 그 시절을 그리게 된 걸까요? 아버지의 폭행, 엄마의 눈물, 지지리도 가난했던,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은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중년들의 마음에 도데체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요? 이 영화를 본 중년의 관객들이 그리워 한 것은 어둡고 불안했던 가부장제에 대한 그리움도,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는 폭력에 관한 것은 결코 아닙니다. 영화는 가난 때문에, 우울한 가정 때문에 피우지 못 한 내 꿈과 청춘을 지금 꽃 피우기 위한 어린시절 나를 만나러 가는 '통로' 입니다.

 

 

 

 

 

 

 

 

× 중년의 잃어버린 사춘기를 찾아서

 

영화에 대한 평가는 과거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과 일치할 때 가장 후한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영화를 보더라도 이 시대를 그리고, 그 상황들을 경험한 사람들이 더 좋은 평가를 내리기 마련입니다. 저는 개봉당시 아주 재밌고 흥분하면서 보았던 영화인데요, 지금의 10대, 20대 친구들에게도 공감대가 형성 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써니>가 개봉하고 당시 극장을 찾으면서 상당히 고무적이였던 다른 이유는 바로 중년의 관객들이 영화에 대해 지갑을 열었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그들의 인생은 없고 자식에게 헌신만 해야하는 존재에서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사랑도 있고 추억도 있고, 어린 아이들이 죽고 못 사는 친구들처럼 그들도 아련한 친구들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나도 너처럼 보고 싶은 친구들이 있단 말야"

 

 

+ 사진 - 써니와 욕배틀하는 '소녀시대' 멤버 쟁반대가리

 

 

 

영화 속에는 그 시절 카세트테잎으로 듣던 주옥같은 음악들이 흐르고, 이종환씨가 <밤의 디스크쇼>에서 라디오를 진행하고 사연을 읽어줍니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음악 다방에서는 장발을 한 젊은 대학생들이 폼잡고 음악에 심취해 있고, 거리에선 최류탄이 난무하고 대학생 시위대와 전경들이 몽둥이를 휘둘지만 영화는 이러한 장면들 조차 그리워 하게 만들어 버리는 마법같은 편집을 합니다. 어느 여성 영화평론가가 한 말이 생각납니다. 추억은 멜로디의 옷을 입고 온다고 했나요. 지금 중년의 남루함 만큼이나 지지리도 못 살고 배가 고파 훔쳐먹기도 마다하지 않던 그시절, 목과 손목에 빨간 손수건을 묶고 한껏 멋을 부린 그 시절이 한층 더 눈부셔 보입니다. 여가수 나미의 '빙글빙글'을 듣고 있지만 그 시절로 돌아 갈 수 없으니 더 아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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