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보지 않으리..라고 다짐하지만, 또 여전히 표를 끊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 <북촌방향>도 마찬가지로 극장에서 보며, "된통 당한 기분이야, 홍감독 영화는 다시는 안볼래" 라고 말했지만 또 보고야 말았습니다. 홍감독은 영화를 대본없이 즉흥적으로 아침에 눈뜨고나서 부랴부랴 메모지에 쓱쓱 적어내리는 이해할 수 없는 감독인데요, 나오는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천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됩니다. 아무튼 영화를 본 김에 리뷰를 한편 남겨봅니다.
§ 우연히 눈이 너무 많이와서 즉흥적으로 촬영된 예고편
x 딱히 줄거리라고 할 수도 없는 줄거리.
"감독님, 영화 안찍으세요?"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봅니다. 성준(유준상)은 한 때 4편의 작품을 했던 영화감독이였지만 지금은 놀고 있습니다. 어느날 성준은 서울 북촌에 사는 친한 영화감독 선배인 '영호(김상중)'을 만나려하는데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북촌을 배회하던 성준은 전에 알던 여배우를 우연히 만나고 헤어집니다. 또 우연히 만난 영화과를 다니는 대학생들과 술을 마시고, 옛 여자친구(김보경)의 집으로 갑니다.
다음날인지 다다음날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날, 다시 성준은 북촌을 배회하고 우연히 전에 만났던 여배우를 만나 이야기하고 헤어지고, 마침내 영호를 만나 '소설'이란 술집으로 가게됩니다. 거기서 여교수(송선미)를 알게되고, 술집주인(김보경)은 성준의 옛날 여자친구와 아주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어느날 성준은 술집 여주인과 술집 앞 골목에서 키스를 하게 됩니다. 영화는 어떤 날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어떤 날' 사람들을 우연히 만나고 우연히 관계를 맺고, 또 우연히 헤어지게되는 일상을 그려나갑니다.
x 알려고 하면 안될 것 같은 영화.
이 영화는 근래 보기드문 심하게 불친절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관객에게 아무런 설명도 이유도 말해주지 않습니다. 보고 있는 장면이 과거인지 현재인지, 오늘인지 내일인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영화가 끝났을 때 관객 반응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두 홍감독에게 놀아났다는 표정입니다. 영화에서 감독은 "알아내려고 애쓰지마"라고 이야기 하는 것 같고, 또는 "알아내 봐야 별거 없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같습니다. 영화는 우리의 인생살이가 모두 우연으로 발생된다고 주장합니다. 모든 인간의 관계, 사물의 존재 등 모든 것이 우연으로 발현된 것이지만 "사실은 그것도 나는 잘 모르겠다"라고 퉁명스럽게 홍 감독은 말하는 것 같습니다.
이 골치아픈 감독의 영화를 보고나면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근데 왜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감독도 잘 모르겠다는 것을 우리는 자꾸 인과관계를 찾으려는 드는 것일까요? 궁금합니다. 이런 저런 좋은 말들 많이 갖다 붙여서 저처럼 글쓰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감독도 잘 모르겠다는데 이양반 영화에 대한 분석을 잘 하는 분들을 보면 '철학적 승리자'라고 말하고 싶군요. 영화의 대형포털 사이트의 평점도 약간은 조작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철학적인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는게 믿을 수 없습니다. 아니면 매니아들만 보고 평가했거나... 그래도 난 홍상수 감독 당신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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