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도 보수도 아닌 사람이 본 영화 '변호인'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어느 사설에서 영화 <변호인>을 좌파, 빨갱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보고, 문득 궁금해져서 어제 극장에서 심야영화로 봤습니다. 아무리 전쟁을 잠시 쉬고 있는 휴전국가라고는 하지만 대한민국이란 작은 나라에서 왜 이렇게 정치적으로 극한대립을 하고 있는지 약간은 의문이 듭니다. 분명 좌파가 종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노동자와 취약계층을 대변하고,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을 유도해서 대기업의 횡포를 막고 소기업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보수세력을 견제하는 것이 왜 '종북 빨갱이'로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또한 보수진영은 당연히 진보진영을 견제하고 국가의 체재유지에 지대한 일을 하고 있는데 왜 국가의 발전을 저해하는 못된 '수구꼴통'이라고 부르는지도 이해가 안됩니다.(참고로 저는 좌파도 우파도 아닙니다.)

국가는 좌파가 없으면 변화와 발전이 없고, 우파가 없으면 안정적인 체재 유지가 안됩니다. 좌파건 우파건 국가에서는 꼭 필요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서로를 못 살게 굴고 없어져 버려야하는 존재들로 생각하는지 그 짧은 식견에 참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심지어 자동차로 우파는 좌회전을 좌파는 우회전도 안할 정도라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오늘은 이러한 진보 좌파도 보수 우파도 아닌 중립적인 시각에서 영화 <변호인>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이런 글 쓰면 진보던 보수던 죄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글도 읽지않고 자기 할말만하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유없는 비난이나 욕설이거나, 글 내용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댓글로 다신다면 삭제할테니 모두들 글을 끝까지 읽고 점잖게 달려드시기 바랍니다. 자, 어떤 영화인지 내려가 볼까요?

 

 

 

 

 

 

 

 

보수파 주장에 대해...

 

먼저 보수도 진보도 아닌 제가 내린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이 영화는 우파가 주장하는 故 노무현 전대통령을 미화했다는 주장도 맞고요, 좌파가 주장하는 故 노무현 전대통령을 미화하거나 선거용 선동영화가 아니라는 말도 어느정도 일리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80년대 신군부 독재시절 돈만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상공인'화(化) 되어버린 한 변호사가 국가보안법으로 체포된 한 대학생을 변론하면서 인권변호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허구'로 재구성해 묘사하고 있었습니다. 영화의 내용만을 본다면 일부 우파가 주장하는 '故노무현 전대통령은 공산주의를 변호했고 국가부정에 방점을 찍었다.'라는 주장은 터무니없어 보입니다. 대한민국이 민주화가 되어가는 1987년 민중항쟁 즈음에 속물변호사의 삶을 통해 우리들의 과거를 회상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로 보입니다.

 

 

 

 

 

 

 

 

진보파 주장에 대해...

그런데 이 영화 <변호인>은 현실에 발을 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현실적이지 못 한 점도 분명 있습니다. 먼저 故노무현 전대통령을 억울한 민중을 위해 절대적으로 대변한 '착한'변호사로 인식되도록 유도한 점은 분명 있어 보입니다. 감독은 그가 모델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이야기의 전개로 보아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영화적인 이야기 전개상 필요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1981년 부림(釜林)사건의 모습도 실제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물론 영화 처음에 '허구'라고 밝히긴 했습니다만, 양우석 감독이 실제 사건의 이름까지 거론하며 영화를 찍었을 때는 아무리 영화라고 하지만 진실에서 적어도 발가락 하나는 담그고 있어야지 완전히 사실에서 벗어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감독 입으로 실제 사건을 언급했기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실제 부림사건에서 송변의 실제 모델인 故노무현 변호사는 존재감이 미미했으며(2014.06.08 삭제), 국밥집과 그 아들의 존재도 사실이 아니며, 고문을 폭로했던 군의관의 존재도 없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완전한 '픽션' 임은 틀림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 이야기하는 '몹쓸영화'라는 데는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고요? 이건 다큐멘터리가 아니고 '영화'거든요. 또한 보수진영에서 주장하는 영화의 '의도'에 대해서는 일정부분도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지금도 재판중인 사건이라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개봉일 12월 19일은 문재인 의원이 대선후보로 나섰던 날입니다. 따라서 영화 <변호인>과 故노무현, 문재인, 12월 19일 이렇게 같은 키워드로 묶이길 원하는 감독의 의도가 다분히 있다는데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런것들이 '잘 못 되었다'라고 하고 싶진 않네요. 모든 것은 영화라는 장르의 힘이지 위법이 아니거든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사람의 <변호인>에 대한 시각...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1100만 관객을 훌쩍 넘으며 흥행에 성공한 이유는 '재미있어서' 입니다. 이 말은 정치적 성향을 띈 사람들도 물론 있겠지만, 정치적 성향과는 거리가 먼 일반 소시민들 대부분이 이 영화의 내용에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공감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개천에서 용나는 시절이 지나버린 지금의 세상에서 상고출신의 판사가 변호사가 되어 우리 같은 힘없는 시민을 변론하는 인권변호사가 되었다는 자체로 국민들은 안도감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요? 관객들은 좌파/우파를 떠나서 부당한 공권력에 짓밟힌 힘없는 우리들을 대변해주는 故노무현 변호사가 아니라 '송우석 변호사'의 모습에 열광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아무튼 정치는 떠나서, 주인공 송우석 변호사 역할을 한 '송강호'라는 배우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그를 다시 평가하게 되는 대단히 박진감 넘치는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듬있는 연출이 돋보이고, 초반의 힘이 영화의 마지막까지 끊김없이 이어집니다. 초보 감독인 양우석 감독의 입뽕영화가 천만관객이 들어 대단히 고무적이고 다음 영화로 무엇을 들고 나올지 매우 기대됩니다. 그리고 우리모두 싸우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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