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시간여행 영화 '어바웃 타임(About Time)'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리차드 커티스 감독(제작사 워킹타이틀)의 영화는 특히 한국인들에게 사랑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 촉촉한 감성이 우리와 똑 들어맞는 느낌도 드는데요, (물론, 한국 사람들을 겨냥한 영화는 아닙니다.) 우리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세상 사람 누구나 갈망하는 '사랑'이라는 보편적 가치에다 '특별한 설정'을 더해 이야기를 풀어냈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이야기했던 <러브 액츄얼리>도, 서점 주인과 유명 영화배우와의 사랑을 그린 <노팅힐>도, 시간여행자의 사랑을 그린 <어바웃 타임>도 모두 같은 맥락의 영화들입니다.

<어바웃 타임, about time>은 제목에서 보이듯이 영화의 주제는 '시간'에 관한 영화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타임슬립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포스터만 보면 마치 영화 <러브 액츄얼리>같은 달달한 로맨틱코미디 영화인 것 같지만 사실 이 영화는 '가족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주로 채용하고 있는 장치인 '타임슬립' 또한 특별한 의미부여 보다는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작은 도구에 불구합니다. 마치 공기와도 같아 그 소중함을 잘 모르고 사는 우리에게 내가 가진 사랑이 얼마나 위대하고 그 사랑이 나에게 얼마나 특별한 존재인지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 들어가 볼까요?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모태솔로로 자라 온 팀(돔놀 글리슨 분)은 성인이 되는 날, 아버지(빌 나이 분)로부터 믿을 수 없는 가문의 비밀을 듣습니다. 바로 가문의 모든 남자들은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겁니다. 이 능력은 미래로는 갈 수 없고 자신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과거로만 갈 수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모태솔로 팀은 좋아하는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만, 시간은 거스를지언정 사람의 마음을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시간이 흘러 고향을 떠나 런던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팀은 첫 눈에 반해버린 메리(레이첼 맥아담스 분)를 만나게 되고 수많은 시간여행의 결과로 그녀의 사랑을 차지하게 됩니다. 영화는 런닝타임 120분 가량 중에 60분을 사랑을 차지하는데 소비했습니다. 그렇다만 나머지 60분 가량은 어렵게 쟁취한 이성의 사랑과 부모로서의 사랑, 그리고 날 낳아주신 부모님의 사랑, 형제와의 사랑, 친척과의 사랑, 동료와의 사랑 등을 이야기하며 시간여행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아니 거스르면 안 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시간을 거스르지 않고 지켜야할 사랑이 있다고 말합니다. (스포일러 때문에 두리뭉실 기술합니다.)

 

 

 

 

 

시간여행 영화들은 보통 이야기 구조에 허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성적으로 따져서 말이 안되기는 <어바웃 타임>도 마찬가진데요,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특별한 능력에 집중하고 있지 않고, 그 능력으로 인해 지금 우리 삶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격적인가를 보여주는데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상황 따윈 금새 잊어버리게 됩니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소유하고도 고작 한다는 게 사랑 따위나 쟁취하려 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인간의 인생은 돈이나 권력이 아닌 결국 사랑을 먹고 사는 건 틀림없는 진실 아닐까요?

 

 

 

 

 

 

저는 이 영화에서 팀의 아버지(빌 나이)를 생각하면 가슴 속에서 울컥 무언가가 올라옵니다.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상황이 오더라도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간을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훗날 팀이 어른이 되어 그 사실을 알고 자신도 똑같은 아버지의 입장에서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왔을 때, 아버지와 아들은 비로소 서로가 사랑하는 방법을 온전히 이해하게 됩니다.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하지만 'about time'의 뜻을 두고 어떤 블로거들은 네이버 영어사진을 보고 '더 일찍...했어야 했다.'라고 해석하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저는 언어학적이 아닌 감성적으로 이 제목의 뜻은 '지금이 적절한 때'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이 풀이가 가장 소중한 현재를 말하고 있는 영화의 주제와도 부합하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이건 그냥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은 오늘도 사랑하며 살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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