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운영체제(OS)를 사랑한 남자, 영화 '그녀(Her)'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오늘 소개해드릴 영화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그녀(Her)'입니다. 정말이지 이토록 새롭고 아름답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있을까 싶습니다. <존 말코비치 되기, 1999>와 <어댑테이션, 2003>으로 재기 발랄함을 뽐냈던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이번엔 컴퓨터 운영체제(OS)와 인간과의 사랑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게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고 반문하실 순 있겠지만, 막상 영화 속으로 들어가보시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독특함만을 강조한 이상한 영화쯤으로 치부해버리기엔 이 영화는 너무나 새롭고, 아름다우며, 가슴 절절한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늘 강조하는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하고 있는 이 영화는 가히 '새로운 영화'라고 할만큼 놀랍고 신선합니다. 자, 어떤 영화인지 들어가 볼까요?

 

 

 

 

 

 

 

 

운영체제(OS)와 사랑을?

이 영화의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LA에서 다른 사람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서 발송해주는 일을 하는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 분)는 다른 사람에겐 사랑을 대신 전달해 주지만 정작 자신은 아내와 이혼소송 중에 있습니다. 어느 날 퇴근길에 새로 나온 인공지능 컴퓨터 운영체제(OS)인 'OS1'을 컴퓨터에 새로 깔고 음성을 여성으로 선택합니다. 운영체제는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라고 소개하며 테오도르(실제 발음은 '씨어도어'임, 이하 '씨어도어'로 표기함)와 항상 같이 붙어 다니는 단짝 친구가 되게 됩니다.

 

이혼소송 중이라 항상 우울하고 외롭고 힘들어하던 씨어도에에게 사만다는 항상 그를 즐겁게 해주고 위로하며 인간 친구보다 더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어갑니다. 그의 일도 척척 알아서 해주기도 하며, 재미있는 농담도 사람보다 더 자연스럽게 주고 받으며 둘은 서로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 조차도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고 있는 걸 느끼게 됩니다. 사람과 똑같이 생각하고 느끼며 진화하는 OS1은 어느새 씨어도어의 한 부분이 되지만 그녀는 형체가 없고 CPU속에만 존재합니다. 이들의 사랑은 끝내 완전해질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사랑의 정의는 뭘까요?

저는 영화 <그녀, Her>를 보고 사랑이라는 정의가 무엇이며, 그 감정은 단순한 뇌세포의 작용일까? 그렇다면 컴퓨터의 CPU의 작용으로 일어나는 일련의 연산 또한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사랑'이란 단어를 사전을 찾아봤습니다.

 

사랑 - [명사]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려 열렬히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라고 되어 있더군요. 정의에는 주체를 사람으로 규정하지 않고 '어떤 상대'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대 사람이 아닌 사람과 사물간에도 일련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우리가 늘 말하고 있는 '이성에 끌리는 사랑'과 같은 의미의 감정이 성립이 될까요? 이건 정신병 이야기가 아니에요. 실제로 사람과 똑같이 느끼고 말하는 컴퓨터와의 소통을 말하는 건데요, 사랑이라는 의미가 뇌의 전기적인 전자 전달에 기인한다면 컴퓨터도 형태만 다를 뿐 유사한 형태기 때문에 CPU의 감정 또한 똑같이 존중 받아야 하는 건가? 영화를 보는 내내 사만다와 씨어도어 사이에서 관객들은 감정을 규정할 수 없는 혼란스러운 상태에 도달하게 됩니다.

 

 

 

 

 

 

 

 

새롭고 아름답고 기발한 영화

이 영화를 보신다면 정말 난생 처음 맛보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실 텐데요, 심지어 사만다와 씨어도어는 소리로 남여관계를 가지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나체가 나오거나 야한 장면 하나도 없이 '청소년관람불가'영화가 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미래의 컴퓨터에 대한 진화과정도 약간은 옅볼 수 있는데,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들도 현대처럼 수동적이지 않고 능동적이며 인공지능으로 인간과 상호작용을 하는 모습은 꾀나 신기하고 신선합니다. 심지어 사람에게 욕도 합니다.

 

<그녀, Her>는 단순히 신기하거나 새롭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답게 영상은 아름다운 색감으로 채색되어 있고요, OS인 사만다가 씨어도어에게 만들어주는 피아노 선율도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극 중에서 사만다와 씨어도어가 함께 부르는 노래 <The Moon Song>은 달콤하고 사랑스럽습니다. 발전된 미래의 이야기지만 손편지를 전달하는 직업과 빈티지한 영상들, 그리고 각종 아날로그적인 영화의 소재들은 묘하게 잘 어울리며 아름답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영화에서 주목할 만한 것은 사만다의 목소리역으로 출연한 '스칼렛 요한슨'인데요, 그녀는 목소리만으로도 완전한 존재감을 과시했고, 로마국제영화제에서는 여우주연상을 타기까지 했습니다. 목소리만으로 어떻게 여우주연상까지 타냐고 반문할 수도 있는데요,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장담컨대 모두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에 반하게 될 거에요. 스파이크 존즈 감독은 기발한 이 영화로 올해 있었던 제86회 아카데미와 제71회 골든글로브에서 모두 각본상을 거머쥐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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