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에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토속음식 닭갈비가 있는데요. 그러나 이곳 태백에도 닭갈비가 유명하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태백의 그것은 국물이 있는 ‘물닭갈비’인데요, 태백의 대표 토속음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태백에 석탄공장이 많았던 시절, 힘든 일을 하는 광부들에게는 고기섭취가 필요했었어요. 그들은 비싼 소/돼지고기보다는 비교적 저렴한 닭고기에 각종 채소를 넣어 뜨끈하고 얼큰한 국물이 들어간 요리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물닭갈비’입니다. 닭갈비란 음식은 원래 국물 없이 양념과 채소를 볶아먹는 요리인데 ‘물’이 붙어 있으니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태백여행에서의 첫 식사는 이것으로 정했습니다.
태백의 대표토속음식인 물닭갈비를 파는 음식점은 의외로 많은데요, 그 중에 50년간 3대째 영업하고 있는 가장 오래되었다고 소문이 난 송이닭갈비를 찾았습니다.
메뉴판에 표시된 ‘닭갈비(1인분 가격 7천원)’는 태백식 물닭갈비이고요, ‘닭볶음(1인분 가격 8천원)’이라고 적힌 음식이 우리고 보통 먹는 물이 없는 춘천식 닭갈비에 가깝습니다. 태백에 왔으니 물이 들어간 걸로 먹어봐야죠. 그리고 태백식이든 춘천식이든 맛의 화룡점정은 ‘사리’아니겠습니까? 우동과 쫄면사리를 하나씩 추가해서 주문을 했습니다.
양념한 닭고기에 채소를 듬뿍 넣어 냄비째 물닭갈비가 나왔습니다. 다 끓여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손님자리에서 끓이면서 먹는 전골 같은 국물요리입니다. 일반적으로 고기요리에는 잘 넣지 않는 냉이가 들어간 게 특이해서 맛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곁들여 먹는 반찬으로는 생으로 먹는 고추, 시원한 동치미, 김치 정도로 간단합니다. 특별할 것 없어 보여 무심히 먹은 김치가 아주 맛있었어요. 갓 담은 겉절이인데요, 아삭하고 시원하고 적당히 간이 맞아 3번정도 추가해서 먹었습니다.
5분 정도 끓이다 추가로 주문했던 우동과 쫄면사리도 함께 망설임 없이 투하합니다.
우리가 알던 춘천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죠? 또 자주 먹던 닭볶음탕과도 다르게 국물이 아주 많습니다. 우선 국물 맛부터 보았는데요, 첫 느낌은 솔직히 ‘왜 이렇게 싱겁지?, 뭔가 독특한 향신료 맛이 나는데 그건 뭘까?’ 였어요. 국물 맛이 참 독특합니다. 일단 싱거운 것은 워낙 양념이 강한 춘천식에 평생 입맛이 익숙해져서 그럴 겁니다. 같은 닭갈비라 생각하면 안 되는 전혀 다른 요리더군요.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더 먹음직스럽죠? 싱겁게 느껴져서 조금 더 끓여봤는데요, 추운 겨울날 식탁에서 이렇게 보글보글 끓이니 따뜻해지기도 하고 먹는 내내 국물이 따뜻해서 좋더라고요.
적당히 끓고 나서 다시 맛을 보았는데요. 냉이를 넣어 향긋하면서 특유의 쓴맛이 감돕니다. 냉이, 쑥갓 등 향이 나는 채소를 많이 넣어 국물 맛이 독특하면서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개운합니다. 어디서도 먹어보지 못한 독특한 맛이 좋아 자꾸 먹게 되는 매력이 있더라고요.
국물 맛이 보았다면 건더기도 먹어봐야죠. 닭고기가 가장 특이했어요. 국물에 있던 냉이, 쑥갓보다 더 향과 맛이 독특한 양념이 닭고기에 배어있어 국물 맛도 특이했나 봐요. 이 양념 덕분에 닭고기 특유의 잡내는 없고 부드럽게 맛있었습니다. 독특한 국물 속에서 우동과 쫄면 사리, 고구마, 각종 채소 여러 가지 재료를 골라 먹으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오랜 시간 춘천식 닭갈비나 어머님이 해주신 닭볶음탕에 길들여진 입맛이라면 태백의 물닭갈비는 조금은 싱겁고 이상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먹다 보면 독특한 향의 개운하고 깔끔한 국물 맛의 매력에 빠져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될 거에요. 생소하더라도 다른 곳에서는 절대 먹어볼 수 없는 태백만의 요리를 먹는 것도 여행의 재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 영업시간 및 휴일 : 오전 11시~ 오후10시, 명절 휴일
9편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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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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