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분노를 통쾌하게 날려줄 영화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얽히고설킨 현대를 살다보면 분노를 참기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저 또한 가끔 머릿속에서 생각지도 못한 분노가 치밀어 올라 잔인한 상상을 하기도 하니까요. 물론 행동으로 옮기진 않지만, 이러다 어느 순간 이 분노가 밖으로 촉발되면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한 생각도 가끔 하게 됩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와일드 테일즈(Wild Tales) : 참을 수 없는 순간'은 누구나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의 분노를 시원스레 표출해 버리는 독특한 영화입니다. 분노를 계속 쌓아두면 마음의 병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한국에선 '화병'이라고 부르죠. 이런 참을 수 없는 순간을 우리는 무엇으로든 해소해야 하는데, 와일드 테일즈의 여섯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스레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와일드 테일즈'는 우리에겐 생소한 아르헨티나 출신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의 영화에요. 언어 또한 영어가 아닌 에스파냐어를 사용해서 마치 제 3세계의 영화를 보는 것 같은 신선함이 느껴지네요. 지난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해서 최고의 영예인 황금종려상 후보에도 올랐던 상큼한 작품입니다. 여섯 가지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 에피소드는 20분가량 짧고 강렬하게 흘러갑니다. 여섯 가지의 이야기는 서로 연관되지 않고, 완전히 다른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흘러가는데, 모든 이야기의 공통된 주제는 '분노'에요. 어떤 이야기들이 있는지 내려가 보겠습니다. (※ 글 속에 영화의 내용이 조금 들어 있습니다.)

 

 

 

 

 

이판사판 복장 터지는 여섯 가지 분노는 이렇습니다.

 

첫 번째, 방금 이륙한 비행기 안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한 사람과 연관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람은 바로 비행기 승무원인데 평생 자신을 분노케 한 사람들을 한 비행기에 몰아넣고 비행기를 추락시켜 모두를 죽입니다. 비행기 밖 자신의 부모님 집으로 떨어지며 한 명도 남김없이 처리해(?) 버리는 치밀함도 보입니다.

 

두 번째, 식당 종업원인 여자는 비오는 어느 날 찾아온 손님이 오래 전 자신의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어머니에게까지 추파를 던지던 악질 깡패 사채업자. 그녀는 식당 주인과 함께 그를 죽이기 위해 음식에 쥐약을 넣었는데, 갑자기 사채업자의 아들이 들어와 음식을 같이 먹는 바람에 문제가 난감해집니다.

 

세 번째, 한 남자가 고급 승용차를 몰고 도로를 달리는데, 앞에서 길을 가로막고 추월을 방해하는 고물차가 있습니다. 남자는 고물차 운전사에게 시원스레 욕을 날려주고 추월해가지만 얼마 못 가 타이어가 펑크나 차를 갓길에 세웁니다. 곧 고물차가 도착하고 살기등등한 이 둘은 이승에서의 마지막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네 번째, 황색 주차금지라인이 없는 곳에 차를 세웠지만 매번 견인을 당하는 한 남자. 억울하다며 공무원에게 아무리 항의를 해봐도 돌아오는 건 그만 떠들고 벌금이나 내라는 것. 그는 회사에서 해고당하고 아내에게 양육권을 빼앗기며 이혼까지 당하자, 참지 못하고 차에 폭발물을 설치한 뒤 불법주차를 감행합니다.

 

다섯 번째, 음주 뺑소니로 임산부와 뱃속의 아기를 죽인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변호사, 검사, 그리고 감옥에 대신 가줄 정원 관리인을 돈으로 매수합니다. 이들은 곤경에 처한 사람을 이용해 큰 돈을 벌 심산에 똘똘뭉쳐 최대한 돈을 많이 받아내려는 노력을 하지만,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잃은 분노한 남편은 무기를 들고 집 앞에 기다리고 있습니다.

 

여섯 번째, 결혼식 날 남편과 바람 핀 여자가 예식장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본 신부. 이에 격분한 신부는 식장을 뛰쳐나와 홧김에 예식장 직원과 옥상에서 성관계를 가지는데, 이를 현장에서 목격한 남편도 격분해 둘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일파만파 번집니다.

 

 

 

신선하면서 무서운 영화

 

영화 와일드 테일즈는 서로 다른 여섯 가지 이야기를 옴니버스 식으로 구성하고 있지만, 각기 이야기는 비슷한 강도의 한 톤으로 진행되고 있어 이질감이 크지 않습니다. 보통의 옴니버스 영화들은 조금 산만하단 느낌이 드는데, 이 영화는 구성은 다르지만 '분노'라는 공통된 주제를 다루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누구나 비슷한 상황에 한 번쯤은 처해봤을 법한 익숙한 이야기들, 그렇지만 이들이 처한 문제를 헤쳐나가는 방법은 '갈등 → 분노 → 복수 → 예기치 못한 결말'로 흘러가는데 청불영화답게 다소 폭력적입니다.

 

복잡해진 현대에는 분노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만한 장치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런 결과로 인간들은 점점 더 분노에 취약해져 폭력적으로 변하게 되는데, 와일드 테일즈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 또한 가볍지만은 않네요.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즈가 뽑은 '2014년 최고의 영화 10편'에 선정될 만큼 작품성과 오락성, 그리고 사회 고발적인 면모를 모두 갖춘 수작입니다. 아마 난생 처음 보는 신선함과 무서움을 선사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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