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에는 70년이 넘은 유명한 냉면집 하연옥이 있어요. 여행 중에 한 번 먹어보고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 경기도에서 같은 맛을 하는 곳은 없나 싶어 찾아보니 가족이 다른 상호로 운영하는 곳이 있더라고요. 하연옥에서 기술을 전수 받아 수도권에서 체인점으로 운영하는 박군자 진주냉면 수원본점 입니다. 진주냉면은 철저하게 가족들에게만 기술을 전수해서 가게를 운영하는 것 같습니다. 하연옥도 모두 딸, 아들, 며느리 등이 각각 지점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박군자 진주냉면은 본격적으로 체인사업을 위해 별도의 상호를 내걸고 여러 곳에서 운영하고 있는데, 서울, 수원, 화성, 대구, 구미, 김해 등에서도 맛을 볼 수 있겠네요. 지점들 마다 맛이 똑같기 때문에 구지 수원 본점으로 오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수원 본점은 인계동 나혜석거리에 위치해 있어요. CGV가 있는 큰 길에서 200미터 정도 거리를 내려오면 만날 수 있습니다.
평일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에 찾아갔더니만 조금 한가한 모습이네요. 주말에는 대기열이 400명 있는 경우도 봤어요. 은행에서 뽑는 대기표 있죠? 그걸 뽑고 기다려야 한다는... ㄷㄷ
역시 점심은 평일 낮, 오후 4시 쯤이 가장 한가합니다. 그래도 생각보다 내부엔 손님들이 제법 많아서 냉면이 재빨리 나오진 않더군요.
메뉴판을 볼까요.... 우리는 하연옥에서 먹었던 것처럼 물냉면 하나와 비빔냉면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각각 8,000원과 8,500원입니다.
그릇도 하연옥과 똑같이 놋그릇에 냉면을 담아 줍니다. 음식의 모습은 겉으로 보기엔 진주의 그것과 똑같이 생겼네요. 기술을 전수 받은 건 틀림없나 봅니다.
겉옷을 입은 두툼한 육전과 계란, 그리고 배와 무, 오이, 김 등이 올라가 다른 곳의 냉면 보다는 조금 고급스런 느낌이 팍팍 드네요. 맛은 어떤가 한 번 먹어 볼까요~
개인적으론 재료의 맛이 살아 있는 약간은 심심한 음식들을 좋아하는데, 박군자 진주냉면은 맛이 좀 강렬한 편이네요. 비빔냉면의 면발은 두툼하고 매끄럽고 쫄깃한 식감이라서 먹는 재미는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가지 고명이 올라가 있으니 면과 함께 먹는 다양한 맛을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맵고 짠 맛이 강해서 다른 재료의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네요. 일반적인 비빔냉면과 비교하면 맛있는 건 틀림없지만 제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하고 갔나요?
매운 음식을 먹었을 때는 뜨끈한 육수가 그걸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여기 육수는 정말 맛있어요. 조금 느끼할 수 있는 맛이지만 후추가 들어 있어 그 느낌이 확 살아나네요. 전 육수만 3 그릇 먹었어요. ㅎㅎㅎ
이번엔 물냉면입니다. 이것도 다른 냉면집과는 다르게 고명이 여러가지 많이 들어 있어요. 사과, 배, 무, 오이, 육전, 계란 등이 푸짐하게 올라갔는데, 면과 함께 집어 먹으면 다양한 맛을 느낄 수 있어요.
한국 음식 중에서 호불호가 가장 크게 갈리는 게 바로 냉면 육수가 아닐까 싶어요. 아무 양념이 안되어 있는 진한 고기육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식초와 조미료를 잔뜩 넣어야 최고의 맛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죠. 그리고 이 둘은 서로의 맛을 혹평하기도 하고... 박군자의 물냉면은 시원하고 진한 육수 국물은 약간 심심한 편에 속하는 국물이에요. 물론 겨자나 식초를 넣어 입맛에 맞출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아무 것도 안 넣은 이 국물이 훨씬 더 맛있더라고요.
면은 제주도 메밀을 사용해서 그런지 조금 검고 일반 냉면처럼 쫄깃하고 매끄럽습니다. 제 구강구조로는 잘 끊어지지 않는 것 보니 고구마전분이 조금 많이 들어 있는 면인 것 같네요. 개인적으론 후두둑 끊어지는 것 보다는 그래도 이게 먹는 재미는 더 있죠. 국물도 담백하고 육전하고 곁들여 먹으면 맛이 괜찮았어요.
그런데 진주 하연옥의 맛이 너무 기억에 남아서 그런지 구지 비교하자면 개인적으로는 진주가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상호도 다른데 이 말씀을 왜 드리냐면, 서두에서 말씀 드린대로 이곳은 하연옥에서 기술을 전수 받았기 때문이에요. 박군자 진주냉면의 맛은 훌륭한 것은 틀림없지만 일부러 먼길을 마다하고 찾아가서 먹을 만한 곳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냥 동네 냉면집 보다는 조금 더 맛있긴 하지만, 가격은 또 조금 비싼 편이니까요.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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