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무지개다리 '홍교'를 품은 '흥국사' | 여수 가볼만한곳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17번 국도를 타고 달리다 보면 트럭들이 많이 보이고 공업단지 풍경이 어색하긴 하지만, 괜시리 아름답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해가 지고 다시 가봤는데, 불 밝힌 공업단지는 정말 아름답더군요. 차만 어딘가에 세울 수 있었다면 삼각대를 놓고 찍고 싶을 정도로... 여천공업단지를 잠시 달리면 곧 영취산을 만나게 되는데, 산자락에 흥국사(興國寺)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보물도 몇 점 있고, 사찰 진입하기 직전에 있는 산림공원도 아름다울 것 같아 찾아가 봤습니다.

 

주차장이 아주 예술입니다. 여긴 아직 가을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네요. 히든베이호텔에선 벚꽃도 피었던데, 남도의 계절은 다르긴 하네요. 그런데 11년째 타고 다니는 내 애마가 왜 저리 애처롭게 보이죠? 주변에선 이제 그만 차 좀 바꾸라고 채근하지만, 개인적으로 남의 시선 따윈 신경쓰지 않는 성격인데다 딱히 불편한 게 없어 계속 타고 다니고 있죠. 앞으로 10년만 더 타고 바꿀랍니다. ㅎㅎㅎ

 

 

 

 

 

 

아무튼, 흥국사 입구엔 예쁘게 생긴 산림공원이란 곳이 있어요. 공원 가운데는 규모가 작은 중흥저수지가 있는데 물과 어우러지니 풍경이 참 멋집니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절로 바로 달렸다면 보지 못했을 공원 풍경입니다. 겨울이라 사람이 없어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혼자 공원 한바퀴 돌아보는 기분이 썩 좋습니다. 꼭 잠시 세워 심호흡 한 번 하고 가세요.

 

 

 

 

 

 

매표소 가기 전에 독특한 기운을 내뿜는 돌다리 '흥국사 홍교(虹橋)'가 서 있어요. 영취산에서 흐른 물이 흥국사를 지나 홍교 아래로 지나가는데, 이름 처럼 무지개 모양으로 생겼네요. 홍(虹)자가 무지개란 뜻입니다. 건립연대가 확실하진 않지만 인조 시대에 불타 없어진 흥국사를 재건할 때 같이 만든것으로 추측되는데, 계곡 양쪽을 뿌리삼아 86개의 장대석을 서로 엇갈리게 맞물려 무게를 지탱할 수 있도록 만들었네요.

 

 

 

 

 

 

다리 중앙 부분에는 다리 바깥으로 툭 튀어나온 머릿돌이 있는데, 머릿돌 끝에는 용머리가 새겨져 있네요. 아래 천장에는 이무기돌이 아래로 매달려 있습니다. 어떤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뭔지는 모르겠군요. 홍교는 선암사 승선교와 비슷한 모양인데, 길이 40m, 너비 3.45m, 높이 5.5m로 현존하는 무지개다리 중에서는 가장 큰 규모입니다. 현재 보물 제56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지금도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다리에요. 아까 보셨던 산림공원과 사찰은 이 다리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절로 올라가 볼게요. 영취산 흥국사(興國寺)는 그 이름처럼 나라가 흥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지어졌습니다. 사적기를 보면 "국가의 부흥과 백성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 경관이 좋은 자리를 택해서 가람을 창설했다.", "이 절이 흥하면 나라가 흥하고, 나라가 흥하면 이 절 또한 흥할 것이다." 등의 글로 보아 사찰과 나라의 운명을 같이한다는 흥국사의 창건 배경을 잘 알 수 있습니다.

 

 

 

 

 

 

부처님오신날에 달아 놓았던 연등이 지금도 알록달록 예쁘네요. 12월에 다녀왔지만 여기는 아직 가을 느낌도 나는 게 신비롭습니다.

 

 

 

 

 

 

천왕문을 들어서니 곧바로 법왕문이 보입니다. 흥국사의 주요 전각인 천왕문, 봉황루, 법왕문, 대웅전, 팔상전은 일직선 상에 위치해 있습니다.

 

 

 

 

 

 

아... 대웅전의 탱화를 보고 싶었는데, 때마침 보수공사 중이군요. 스님께 여쭤보니 1년 정도 계속 공사를 할 거라고 하십니다.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죠. 대웅전은 현재 보물 제396호로 지정되어 있고, 내부에 있는 후불탱화와 목조석가여래삼존상 또한 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굳게 닫혀 있는 문을 만지작 거리다 발길을 돌립니다.

 

 

 

 

 

 

대웅전 뒤편으로는 팔상전이 있어요. 이곳도 지금 보수중이라 들어갈 수가 없네요. 제가 멋진 날을 잡았네요. ㅎㅎㅎ 팔상전은 석가모니의 일생을 여덟 장면으로 나누어 그린 탱화를 모시는 곳입니다. 그런데 1970년대 도난 당하고 지금은 영산회상도가 모셔져 있다네요.

 

 

 

 

 

 

 

막상 구경하러 왔다가 보수공사 때문에 들어가보지도 못하고 주변을 빙빙 배회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큰 바위 위에 돌탑을 쌓아 놓고, 떨어진 모과들도 올려놨네요.

 

 

 

 

 

 

지금도 사용하는 걸까요? 남/여를 표시해 둔 걸로 봐서는 지금도 쓰이는 것 같기도 하고... 100년도 넘어 보이는 해우소도 있군요.

 

 

 

 

 

 

현재 대웅전이 보수공사 중이라 다른 곳에 불상들을 모셔놨네요. 절 한 번 넙죽하고 시주 조금 하고 다시 밖으로...

 

 

 

 

 

 

사찰 가장 끝부분에 있던 원통전(圓通殿). 관세음보살의 자비가 두루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굉장히 독특하게 생겼어요. 사방이 회랑식 퇴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앙 법당을 바깥으로 돌면서 탑돌이 하듯 기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네요. 왕릉에서나 볼 수 있는 丁자 모양으로 지어진 정자각 형태인데 이런 건축양식은 다른 절에서는 잘 찾아 볼 수 없는 매우 독특한 구조입니다.

 

 

 

 

 

 

그리고 사찰 내부의 박물관에는 현재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수월관음도, 십육나한도, 나사나불괘불탱, 그리고 동종 등이 있지만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눈으로만 보고 왔습니다. 사람이 한명도 없고 지키는 이도 없어 사진을 담을 수는 있지만, 하지 말라는 건 안합니다. ㅎㅎㅎ

 

이곳은 조선시대에 이순신 장군의 지휘하에 승군들이 머물던 곳입니다. 창건 때부터 호국정신이 깃들어 있었던 흥국사는 대웅전, 팔상전, 응진전, 원통전, 박물관 등에 모셔진 탱화들을 구경하다 보면 격조 있는 사찰의 분위기에 젖어들게 될 겁니다.

 

+ 입장료 : 어른 2,000원, 청소년 1,500원, 어린이 1,000원

 

 

 

10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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