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꼽으라면 바로 전주가 떠오릅니다. 그 중에서 전주를 대표하는 전주 한옥마을촌은 일제강점기시절 저항의 상징이자 조선왕조 500년의 뿌리이기도 합니다. 일제강점기시절, 일본은 성 밖에서만 머물다 어느 날 남문을 제외하고 성벽을 모두 허물어 버립니다. 그리고 일본인들은 성 안으로 진출을 시작하는데, 이에 대한 반발로 한국인들이 한옥촌을 대거 형성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의 전주 한옥마을은 그렇게 생겨나게 됩니다. 길게 늘어선 팔작지붕의 용마루 숲으로 들어가 볼까요?
전주한옥마을은 계획도시처럼 가로 세로 시원하게 뻗은 길 양 옆으로 한옥들이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길 옆으로는 도시에선 잘 볼 수 없는 고혹적인 한옥 카페도 있고, 식당과 게스트하우스, 쇼핑몰 등 즐길 거리가 제법 많은 곳입니다.
요즘 전주에 관광객들을 위해 손쉽게 만들어 파는 꼬치구이가 대거 등장해서 마을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이 많던데, 반대로 관광객들 입장에선 길거리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어 좋은 점도 있네요. 너비아니 꼬치를 팔면 조용해 질까요? 저는 문어꼬치 대신 완자꼬치 하나 입에 물고 구석구석 돌아다녀 볼게요~
기왓장을 머리에 올린 낮은 담도 참 운치 있죠? 골목길로 들어서면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이 있습니다. 몇 년 전에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는데, 비 오는 처마가 어찌나 멋지던지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손이 어디에 사시는지 아십니까? 바로 위 사진에 보이는 ‘승광재(承光齋)’에 살고 계십니다. 고종황제의 둘째 아들 의친왕의 아들인 그는 우리에게 ‘비둘기처럼 다정한 사람들이라면~♪’이란 가사의 <비둘기 집>이란 노래로 더 많이 알려져 있죠. 우여곡절이 많은 그의 파란만장한 마지막 인생을 위해 전주시에서 만들어 주었다고 하네요. 승광(承光)은 고종의 연호인 광무를 이어간다는 뜻입니다.
한옥 사이에 작은 장터도 있군요. 여긴 청춘시장이란 곳이에요. 뭘 파는 곳일까요?
액세서리와 소품을 파는 곳이군요. 조금 둘러 볼까요~
한옥마을 길거리에 교복이나 한복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던데 이곳에서 빌려 입은 거였군요. 재미있는 아이디어네요.
청춘시장에서는 엽전을 사서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어요. 물론 현금으로 해도 되지만 우리가 엽전을 언제 또 사용해 보겠어요? 그래서 몇 개 구매했습니다. 하나에 천원이네요.
오호~ 옛날 문방구에서 놀던 그 뽑기가 여기도 있어요! 1냥짜리(천원) 뽑기를 함 뽑아 볼까요? ㅎㅎㅎ 1등은 엽전 50냥, 7등 꼴찌는 콩알탄을 준데요. ^^*
짜라쟌~ 제가 하나를 딱~ 하고 뽑으니 이게 바로 3등에 걸리네요. 원래 이렇게 잘 걸리는 거냐고 여쭤보니 아니라고 하네요. 주인장이 흠칫 놀라는 눈치에요. 모주를 챙기는 주인장의 손이 살짝 떨림을 감지했어요. ㅎㅎㅎ
오늘 호텔에서 모주를 한 잔 마실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운 좋게 하나 얻어 갑니다. 큰 병이니까 한 병에 7천원 정도 하는 막걸리에요. 맛은 한약 맛이 나던데, 도수도 1.5도 밖에 안되어 약술이라 보면 되겠군요.
모주를 한 병 들고 기분 좋~게 아기자기한 전주 한옥마을 골목을 누비고 다닙니다. 밤이 되니 풍경이 더 진득하고 아름다워 집니다. 동네 걸어 다니며 둘러보는 재미는 확실히 있군요.
이곳에는 스타벅스 같은 대형 커피전문점도 있지만, 아담한 한옥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그런 카페도 많이 있어요. 걸어 다니다 다리가 아플 성 싶으면 이런 곳에서 차 한잔 마시며 쉬다 가면 참 좋겠습니다.
밤이 왔네요. 전주한옥마을의 밤은 도시처럼 반짝거리며 화려하진 않지만, 시골 읍내의 밤처럼 조금 어둑어둑한 그런 멋은 또 있군요.
한옥마을이 한 번에 내려다 보이는 평평한 언덕 위에는 오목대(梧木臺)큼직한 정자가 하나 있어요. 이곳은 고려시대 남원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가던 이성계가 승전 잔치를 벌였던 곳입니다. 이후 조선왕조가 개국하고 여기에 정자를 지었는데, 오동나무가 많은 곳이라 해서 오목대라 이름 붙였습니다.
전주에서 또 하나의 명물은 풍년제과 초코파이가 있죠. 다른 빵들도 몇 번의 여행으로 먹어 봤지만 이 초코파이는 정말 맛있어요. 머쉬멜로가 들어 있는 공장의 것과는 완전 다른 맛입니다. 초코빵 사이에 화이트크림과 딸기잼, 그리고 호두가 들어 있는데, 한입 베어 물면 무조건 끝까지 다 먹게 되는 정말 맛있는 빵이에요! 이건 꼭 먹어보세요. 맛나요! 가격은 1,600원입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전주에는 밤새 눈이 소복이 왔어요. 콘크리트 건물에 내린 눈의 느낌과는 완전히 다른 아름다움이 느껴지시나요? 이런 한옥에서 4계절을 살면 1년 내내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눈이 내린 전주한옥마을 풍경이 보고 싶어 어제 야경을 감상했던 오목대 앞 전망대로 다시 올랐습니다. 전주여행에선 항상 이곳을 올라오지만 어떤 날씨에도 만족스럽지 않은 날이 없었어요. 높이 솟은 현대식 빌딩보다 땅 가까이 나지막한 담장으로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기와집이 항상 정답습니다. 전주여행에서 혹시 이곳을 올라와보지 않는 분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반드시 오목대 앞 전망대는 꼭 올라가 보세요. 힘들게 걸어 올라간 보답은 언제나 받을 수 있어요.
같이 다녔던 전주여행코스 (연재중...)
[국내여행/전라도] -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젊은이들 '청년몰' | 전주 가볼만한곳
5편 계속...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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