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햇살에 살갗이 간질거렸던 진해여행을 돌아보며…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겨우내 움츠렸던 꽃봉오리가 활짝 피는 4월 초. 따스한 햇살에 살갗이 간질거려 어디론가 떠나야만 할 것 같아 진해 벚꽃을 보러 떠났습니다. 처음엔 어디로 떠날까 고민하다, 우리나라에서 벚꽃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곳이 진해라 고민없이 새벽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새벽 5시 출발하는 무궁화호 기차. 축제기간이라 그런지 KTX는 일주일 전부터 매진이고, 무궁화호 타고 간이역에서 몇 번을 갈아타며 천천히 창원시 진해구로 향했습니다. 1박2일 일정으로 많은 곳을 돌아 봤습니다만, 그 중에 인상깊었던 몇 곳을 소개해드릴게요.

 

벚꽃, 이정도는 되야죠! ‘여좌천과 경화역’

 

 

 

벚꽃이 피는 많은 곳을 여행 다녀봤습니다만, 가장 아름다운 곳은 진해가 아닐까 싶어요. 도시 전체에 36만그루의 어마어마한 벚나무가 심어져 있는데요. 4월 초순에 매년 군항제가 열립니다. 군항제가 처음 시작되던 1952년에는 이순신 장군을 추모하던 행사가 주었지만, 이젠 그 주인이 벚꽃으로 바뀌었어요. 진해에는 벚꽃명소가 장복산공원, 안민도로, 해군사관학교, 해군기지사령부 등 많지만, 그 중에서도 여좌천 로망스다리 일대와 경화역이 제일 화려한 곳입니다. 작은 바람에도 가지를 부딛혀 떨어지는 연분홍 꽃잎에 금새 봄에 취하게 될 겁니다.

 

+ 여좌천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여좌동 217번지 일대

+ 경화역 :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화동 1200

 

 

 

 

 

한국의 아름다운 사진 명소 ‘내수면 환경생태공원’

 

 

 

여좌천 로망스다리에서 꽃비를 한껏 즐기다, 상류쪽으로 조금 올라오면 길 건너에 ‘내수면 환경생태공원’이란 곳이 나옵니다. 이곳에는 많은 습지식물들을 심어 놓고 화사한 봄꽃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특히 호수에 비친 반영이 참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호수를 둘러 한바퀴 산책하는 기분이 더 없이 산뜻했습니다. 카메라를 어디에 초점을 맞추든 모두 작품사진이 되는 멋진 곳인데요. 국내 사진작가들이 뽑은 ‘한국의 아름다운 사진 명소’로 선정되기도 한 곳이죠. 여좌천과 함께 돌아보시면 참 좋은 곳입니다.

 

+ 주소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여명로25번길 55

+ 전화 : 055-548-2766

+ 입장료 : 무료

 

 

 

 

 

근대문화유산 찾아보기 ‘군항마을과 제황산’

 

 

진해의 중앙로터리는 여덟 갈래의 길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습니다. 길 곳곳에는 100년이 훌쩍 넘은 일제강점기 시절의 건물들이 곳곳에 존재하는데요. 하나하나 찾아가며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생각해보는 것도 참 즐겁습니다. 대부부의 건물들은 1920년 정도에 지어졌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일제가 전쟁 물자가 모자라 지붕까지 다 떼어 가버렸던 진해 우체국, 이중섭, 서정주, 윤이상 등 예술가들의 사랑방이었던 흑백 다방, 고급 요정이었던 팔각누각, 일제시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장사했던 장옥, 일본 해군병원장 관사 등이 있습니다. 이 모든 풍경은 제황산 진해탑 위에 오르면 한눈에 다 내려다 볼 수 있습니다.

 

+ 주소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편백로 25-1

+ 전화 : 070-7337-6110 (군항마을 전시관)

 

 

 

 

 

태양광 발전타워에서 바라보는 남해안 바다 ‘해양공원 솔라타워’

 

 

 

진해의 남쪽 바다에는 음지도란 섬이 있어요. 이 섬은 통째로 해양공원이 조성되어 있는데, 섬 가운데 ‘솔라타워’를 오르면 탁 트인 남해바다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타워는 태양광 발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136미터를 오르면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 풍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진해여행에서 온통 연분홍 색깔만 보셨다면, 이곳에서 파란색으로 안구정화 제대로 할 수 있지요. 그 외에도 6.25전쟁 때 사용되었던 군함인 강원함, 해전사체험관, 어류생태학습관, 해양생물테마파크 등 아이들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많으니 남녀노소 누구나 만족스러울 거에요.

 

+ 주소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명동로 62

+ 전화 : 055-712-0425

+ 관람시간 : 9시~20시까지 (11월~2월 동절기는 18시까지)

+ 솔라타워 입장료 : 어른 3,500원, 학생 2,500원, 어린이 1,500원

+ 어류생태학습관/해양생물테마파크 : 어른 2,500원, 학생 2,000원, 어린이 1,500원

+ 주차료 : 최초 30분 300원, 이후 10분마다 100원. 1일주차료 3천원.

 

 

 

 

 

어디가 마을이고, 어디가 박물관일까? ‘소사마을’

 

 

 

진해 변두리에는 소사마을이란 곳이 있습니다.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작은 시골마을인데 굽어지고 또 뻗은 좁은 길을 걷다 보면 시간여행하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재미난 곳이에요. 마치 1960년대를 재현한 드라마세트장 같은 곳이 있는데요. 자기집을 헐어 만든 ‘김씨 박물관’, 여행자들에게 쉼터를 제공하는 ‘김씨 공작소’, 막걸리 한잔 얻어 마시고 갈 수 있는 ‘소사주막’ 등이 있어요. 모두 이 마을 ‘김씨’ 아저씨가 만든 곳들인데, 만든 연유를 여쭤보니 어디가 박물관이고 어디가 마을인지 경계 없고 문턱도 없는 박물관을 만들고 싶었다고 하십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고 커피도 잘 타시는 분인데, 커피한잔 얻어 마시고 오는 것도 즐겁습니다.

 

+ 주소 : 경상남도 창원시 진해구 소사로59번나길 4 (소사동)

+ 전화 : 055-552-8608

+ 이용시간 : 오전 9시 ~ 오후 6시 (매주 월요일은 쉬는 날)

 

 

 

 

 

기차 타고 떠났던 진해여행을 마치며…

 

이번 진해여행은 모든 일정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다녀왔습니다. 창원은 마산시, 진해시와 합쳐지면서 인구 100만이 넘는 대도시가 되었는데요. 이름에 걸맞게 대중교통도 잘 발달되어 있어 크게 불편함 없이 여행했어요. 봄의 길목에 만난 진해는 자연과 역사가 공존하는 볼거리 많은 도시입니다. 한동안 봄만 되면 진해가 떠오를 것 같네요. 아직 봄날은 끝나지 않았으니, 이번 주말 기차에 몸을 실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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