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여행지는 딱 두가지 종류밖에 없어요. 추위를 피하러 비행기 타고 해외로 나가거나, 한국에서 겨울을 즐기거나. 요즘 강원도 태백은 여러가지 축제로 겨울왕국이 따로 없습니다. 이 글에 식당과 숙소는 뺄까 넣을까 고민하다 저와 똑같이 다녀오실 분이 혹시 계실까 싹 넣어 봤습니다. 태백에 눈축제(눈꽃축제) 보러 가실 요량이라면 제가 추천하는 코스로 따라가 보세요. 생각없이 따라가도 코스 잘 짰다며 짝지에게 사랑 받을 기특한 1박2일 태백여행 코오~스~
1. 일년에 딱 열흘만 하는 태백산 눈축제
요즘 눈이 안 와서 걱정이지만, 다행히 태백 눈축제는 올해도 어김없이 열립니다. 기간은 1월13일부터 22일까지 딱 열흘간만 열리는데요. 올해는 황지연못, 365세이프타운, 태백산국립공원 일대에서 엄청난 눈조각품과 함께 열립니다. 초대형 눈조각품 앞에서 사진도 찍고, 눈썰매, 얼음미끄럼틀도 타고, 산행 좋아하신다면 문수봉까지 눈꽃등반대회도 참가해 보세요.
2. 세계 최대 석탄 전문 박물관 '태백 석탄박물관'
세계에서 가장 큰 석탄전문 박물관이 태백에 있습니다. 이곳은 태백산 눈축제가 열리는 당골광장 바로 아래에 있기 때문에 함께 돌아보면 좋은 곳인데요. 한때 대한민국을 따뜻하게 해줬던 석탄산업의 모든 것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거의 사라져 가는 연탄, 구공탄, 조개탄 등 어른에겐 추억을 선사하고, 아이들에겐 색다른 교육과 볼거리가 될 겁니다.
3. 눈보라 치는 고랭지 배추밭, '매봉산 바람의 언덕(풍력발전단지)'
'바람의 언덕'이라고 많이들 부르는 매봉산 풍력발전단지는 해발 1,330미터에 있는 굉장히 신비로운 배추밭입니다. 규모가 20만 평이나 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넓은 고랭지 채소밭입니다. 겨울이면 하얗게 눈이 내려 굉장히 고혹적인 풍경이 연출되는데요. 특히 폭설이 내려 준다면 차로 올라가긴 힘들어도 오르고 나면 내려가기 싫어질 곳이랍니다~ ※ 주의! 눈이 내리면 10분만에 발목을 덮으니 조심할 것!
4.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자연동굴 '용연동굴'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동굴은 삼척의 환선굴인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동굴은 해발 920미터에 있는 태백의 용연동굴입니다. 백두대간의 줄기가 뻗은 태백은 자연동굴이 굉장히 많은 곳인데요. 총 8.5km의 깊은 동굴에는 종유석, 석순, 석주 등이 굉장히 잘 발달해 있고, 동굴 내부로 강물도 흐르고 습도와 유기질도 풍부해서 생태계도 여전히 살아 숨쉬는 곳입니다.
5.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 ‘추전역’
태백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리즈가 정말 많습니다. 추전역은 해발 855미터에 위치해 있는데, 한국에서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기차역이에요. 한때는 태백 석탄열차가 다니며 활발했던 역이지만, 이제는 탄광들이 문을 닫으며 간간히 눈꽃열차나 O트레인 등 관광순환열차만 다니고 있습니다. 옛 역사 내부도 구경하고, 역무원 옷도 입어 보는 등 체험거리도 조금 있으니 의미있는 여행지가 될 거에요. 지나는 길에 잠시 들러 보세요.
6. 국물 있는 물닭갈비 '송이닭갈비'
이걸 닭도리탕이라고 해야할지 닭갈비라고 해야할진 모르겠는데, 태백에선 물닭갈비라고 부릅니다. 이 음식은 태백의 전통음식인데요. 광부들이 적은 돈으로 여러 명이 나눠먹기 위해 채소와 얼큰한 국물로 양 많게 만들어낸 음식입니다. 봄 나물 같은 향긋한 채소와 약간의 쓴맛이 감도는 굉장히 독특한 국물이 특징인데요. 추운 겨울 따끈한 닭고기와 쫄면, 우동면이 들어 있어 든든하고 맛있는 한끼가 될 거에요.
7. 낙동강의 발원지 태백 '황지연못' 루미나리에
태백산 눈축제(눈꽃축제)는 이곳 황지연못에서도 함께 열립니다. 이곳은 개인적으론 밤에 가는 걸 추천하는데요. 밤이 되면 예쁜 불빛의 루미나리에를 볼 수 있거든요. 낙동강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발원지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런 것 보다는 그냥 눈조각품이 아름답고, 밤 풍경이 블링블링하기 때문에 추천합니다. 이곳은 시내에 있어 숙소가 가깝다면 걸어서 구경할 수도 있는 곳입니다.
8. 고원에서의 하룻밤. 태백고원자연휴양림 숲 속의 집
숙소는 비교적 저렴한 태백고원 자연휴양림에서 묵습니다. 국가에서 운영하다 보니 가격은 저렴하고 설은 굉장히 우수한 편인데요. 해발 700미터 토산령 숲 속에 위치해 있고, 하얗게 눈 내린 멋진 숲길이 있기 때문에 기왕 태백으로 여행가셨다면 이곳에서 주무시길 추천합니다. 물론 태백의 자연휴양림은 겨울에는 평일에도 예약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긴하지만, 몇일 전부터 예약을 걸어 놓으면 곧잘 차례가 오더라고요.
9.기차 타고 백두대간 협곡을 달린다. '눈꽃열차 V트레인'
아날로그 감성 돋는 여행의 기술에 열차를 빼놓을 순 없죠. V트레인은 태백 철암역에서 경북 봉화의 분천역까지 왕복하는 관광열차인데요. 승용차로는 갈 수 없는 백두대간의 깍아지르는 협곡을 따라 시원스레 달립니다. 중간중간 세워주는 잊혀진 간이역에선 천원짜리 한장에 막걸리와 안주도 사먹고, 기차 안에 있는 목탄난로에서 쥐포도 구워 먹으며,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즐거운 여행이 될 겁니다. 편도 1시간 소요됩니다.
10. 태백산 눈꽃열차 V트레인의 종착역 '분천역 산타마을'
협곡을 달려오면 그 끝은 경북 봉화의 분천역 산타마을입니다. 역사가 마치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닮았는데, 한국과 스위스의 수교 50주념을 기념해서 스위스에서 가져온 나무와 시계로 체르마트역을 재현한 곳이에요. 그리고 역사가 있는 이 마을을 산타마을이라고 부르는데, 하얀 눈꽃과 벽화골목, 그리고 시골장터 먹거리 등 되돌아갈 다음 열차 기다리는 1시간 동안 돌아보면 딱 좋은 곳입니다.
11. 광부들의 삶을 따라. 철암 탄광역사촌과 벽화마을
V트레인 타고 다시 되돌아 오면 태백의 철암역인데요. 이곳에는 광부들의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탄광역사촌이 있어요. 개천에 한 쪽 발을 딛고 있는 까치발 건물 안에는 광부들이 살던 집, 살림살이, 문화 등을 정말 현실적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을린 아궁이에선 질곡의 삶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근처 마을에는 광부들의 삶을 표현한 벽화마을도 볼거립니다.
12. 강이 산을 뚫고 흐르는 태백 '구문소'
우리나라에서 강물이 산을 뚫고 흐르는 유일한 곳은 구문소입니다. 낙동강 최상류인 황지천 물이 오랜 세월 바위를 때려 구멍을 내고 흐르고 있는데요. 흐르는 물이 구멍을 냈다해서 구멍소 또는 구문소라 불립니다. 왼쪽 도로의 바위 가운데 큰 구멍은 일제강점기 시절 석탄을 강탈하기 위해 일본이 만든 구멍입니다. 현재 천연기념물 제417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3. 태백이 옛날엔 바다였다는 증거. 태백 고생대 자연사박물관
이곳은 구문소 바로 뒤편에 있는 박물관입니다. 오래된 화석과 공룡 뼈 등 고생대 자연사에 관한 전시물이 주를 이루는데요. 옛날엔 태백이 바다였다는 증거가 곳곳에 있습니다. 아니 해발 1600미터 까지 올라가는 태백이 바다였다니! 소오~름. 전시물 중에는 살아 있는 곤충도 있고, 아이들 체험거리도 많이 있습니다.
14. 입에 착착 감기는 두부조림 '초막고갈두'
그리고 여행의 마지막은 매콤하고 입에 착착 감기는 두부조림 '초막고갈두' 입니다. 이 식당은 고등어, 갈치, 두부조림만 팔기 때문에 앞 글자만 따서 '고갈두'란 이름을 붙인 곳인데요. 눈내리는 태백여행에서 기운 다 빠지신 분들에게 엄청난 힘을 불어넣어 줄 기특한 음식이에요. 주먹밥도 함께 주기 때문에 든든하고 만족스런 한끼가 될 거에요.
마치며...
강원도 1박2일 태백여행 어떻게 가실까 고민되신다면, 제가 소개해드린 코스도 참고해 보세요. 소개해드린 14곳을 모두 다 돌아보시려면 시간이 굉장히 촉박할 수도 있으니, 맘에 드는 곳만 선택해서 여유있게 돌아보는 게 좋습니다. 식당은 이틀 동안 많은 곳을 다녔지만, 추천해줄 만한 두 곳만 소개했습니다. 즐거운 태백여행 되시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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