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 여행을 했습니다. 1박2일 일정으로 남양주, 포천, 철원 등을 돌아 봤는데요. 오늘은 아침도 못먹고 출발해서 배고파서 포천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광릉한옥집'이란 식당입니다. 오전이라 제가 첫 손님으로 들어간 곳인데, 주인장이 친절하시고, 음식 또한 정갈하고 맛나는 곳이었어요. 특히, 난생 처음 먹어 본 메밀 100% 평양냉면 맛에 완전히 푹 빠져버렸습니다. 혹자는 메밀이 100%면 맛이 별로라고 하는 사람도 있던데, 개인적으론 정말정말 구수하고 맛있더라고요. 아무튼 됨됨이가 어찌되나 내려가 볼까요~
정말 포천 가는 중간에 남양주를 지나게 되는데, 도로가에서 우연히 만난 광릉한옥집입니다. 가게 앞 도로가 하얀색 선으로 되어 있어 주차금지 구역도 아니고 해서 고민없이 바로 차 세우고 들어갔습니다.
메뉴판을 볼까요.... 전 돼지숯불고기 메밀쌈 1인분과 평양냉면 1인분을 주문했어요. 가격은 둘 다 1만원인데, 주인장이 냉면의 면이 메밀 100%라고 하시더라고요. 한번도 먹어보질 못해 그 맛이 궁금하기도 하고 설렙니다.
구수한 밀차 한잔에 아침 추위가 싹 가시는 느낌입니다. 보통 면 삶은 물을 주는 곳도 있던데, 여기는 메밀차를 따로 끓여 주시더라고요. 구수~한 게 전날 술 먹고 목 마를 때 딱 좋겠네요.
먼저 돼지숯불고기 메밀쌈이 먼저 나옵니다. 이게 1인분인데요. 혼자 먹긴 고기와 메밀쌈 양이 제법 많은 편이에요. 이 음식은 밥 대신 메밀 부침개에 고기를 싸서 먹는 음식입니다.
방금 무쳐 싱싱하고 약간은 새콤한 샐러드.
아무렇게나 성의 없이 놓인 것 같아도, 숯불에 잘 구워낸 향기 좋은 돼지고기.
메밀 부침개에다 이렇게 고기와 반찬을 올려 쌈을 싸서 먹는 음식이에요.
아침부터 이렇게 고기를 먹어도 되나... 싶지만, 한입 베어 물면 식욕이 폭발합니다. 숯불향 은은한 돼지고기와 향긋한 야채들, 그리고 구수한 메밀 부침개의 조합이 굉장히 좋습니다. 가격은 1만원인데 몇 만원짜리 한정식에서 대접 받는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요. 맛있습니다.
밑반찬으로 장아찌 같은 채소들도 있는데, 이것저것 다 올려 싸먹어 봐도 다 맛있어요. 양이 생각보다 많아서 공기밥은 따로 안시켜도 적당한 양입니다.
그리고 빨간 국물김치 같은 이것! 익숙한 국물김치와는 약간 맛이 다른데, 조금 새콤하고 매콤한데 기름진 돼지고기와 절묘하게 잘 어울립니다. 한 쌈 입안 가득 넣고 손으로 들고 후루룩 마시면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오늘의 더 중요한 주인공 100% 메밀의 평양냉면.
제대로 된 평양냉면은 원래 이렇게 양지 같은 살코기로 육수를 내서 국물이 맑고 슴슴한 느낌이죠. 가끔 니맛도 내맛도 안난다는 분들이 계신던데, 강렬한 맛이 길들여진 그분들의 입맛도 존중하지만, 개인적으론 이렇게 슴슴하게 만들어 낸 평양냉면을 대단히 사랑합니다. 진짜 잘 만드는 집에선 엄지손까락 척 올라갑니다. 여기가 바로 그런 곳이었어요.
그리고 메밀 100% 면이라 면이 툭툭 잘 끊어져요. 구강구조 때문에 면 자르는 가위가 꼭 필요하신 분에겐 메밀 100%가 굉장히 반가우실 거에요. 씹는 식감은 약간은 투박하지만 메밀 고유의 구수한 향이 일품입니다.
별것도 들어있지 않은 냉면 같지만, 이런 국물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시간이 들었을 거에요. 진심으로 맛있는 평양냉면이었습니다. 이 글을 보고 또 누군가 욕할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집 냉면이나 시중 프랜차이즈 식당의 새콤달콤한 냉면에 길들여진 분들은 부디 다른 곳으로 가시길 추천합니다. 여긴 심심~한 정통 평양냉면이에요~~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주인장이 첫 손님이라며 메밀 부침개 과자를 몇 개 주십니다. 고기 싸먹는 메밀 부침개는 전날에 못 판 것은 딱딱하게 굳어서 과자를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아무 양념이 없는 거라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네요. 혹시 저와 같은 코스로 남양주, 포천, 철원 등으로 여행 떠나실 분은 광릉한옥집에서 한번 드셔보세요. 슴슴한 평양냉면에 돼지고기 메밀쌈 한 점, 좋~습니다. ^^*
<찾아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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