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에 먹혀버릴지도 모른다. 독립영화 <오장군의 발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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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영화란 뭘까? 많은 것이 거기에 영향을 미칠게다. 지금 처한 시대적 가치, 나의 기억, 세월, 가치관, 이데올로기, 성별, 장소, 기분 등 관람하는 이 순간 수만 가지의 영향을 받는다. 이 영화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겠지만, 난 <오장군의 발톱>이 재미없었다. 오직 마음이 아프다. 누구는 그 감동이, 쓰린 마음이 '재미'라고 할 진 모르겠지만, 난 이 영화를 재밌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야만시대의 고민을 정통으로 관통하고 후벼 파고, 또 묻고 있다. 전쟁과 삶의 모순에 대해...


젊은 사람들이 움막 앞에 웅성웅성 모여 있다. 전쟁을 위한 장병 징집 중이다. 늙수그레한 남자와 오장군은 이날 징집 되었다. 늙수그레한 남자는 징집에 불만이 있고 장군이는 조용히 입대한다. 영화 <오장군의 발톱>은 순박한 사람들이 전쟁에 휘말리면서 겪는 비극을 담았다. 고향 까치골에 홀어머니와 사랑하는 꽃분이, 동생같이 키우던 황소 먹쇠를 두고 입대한 장군이. 평생 농사만 짓던 순수한 그는 같은 말을 쓰는 이웃끼리 왜 싸우는지 모른다.



야만시대, 무책임했던 국가


한편 이미 군대에 다녀왔지만 다시 영장이 나와 졸지에 두 번 입대한 김첨지. 징집관에게, 부대 행정관에게 행정착오가 있을 거라고 말해봐도 소용없다. 늙수그레한 얼굴을 들이밀며 "장교님 보시기에도 제가 그리 보이지 않습니꺼?" 이때 돌아오는 대답은 "국가는 절대 잘못하지 않는다. 국가가 그랬다면 반드시 합당한 이유가 있는기다."라는 무책임한 말뿐. 또한 오장군에게 온 징집영장도 아랫마을 오부자네 같은 이름의 아들에게 온 게 잘 못 전달되어 입대한 거였다. 장군이는 이미 최전방에 배치되었지만, 국가는 이를 알면서도 규정 타령하며 바로잡을 의지가 없어 보인다.






삶의 모순


전세(戰勢)가 불리해진 동쪽나라 사령관은 서쪽나라에 거짓 정보를 흘리는 작전을 세운다. 적임자로 낙점된 순수한 장군이게 거짓 군사정보를 알려주고 포로가 되도록 적진 가운데 버리고 온다. 자신도 모르게 스파이가 된 장군이는 붙잡혀 거짓 정보를 줄줄 털어놓는데, 총 공격을 준비하던 서쪽나라는 대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가짜임을 알아내고 장군이에게 총살 명령을 내린다. 어머니, 꽃분이, 먹쇠를 애타게 부르던 오장군은 마지막 소원으로 손톱, 발톱을 깎는다. 잘못따윈 안한다는 국가의 실수로 입대하고, 작전을 숙지하고, 포로가 되어 거짓 없이 실토한 장군이는 죽음을 맞이했다.



정의란 무엇인가?


한때, 하버드대 마이클 센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로 논쟁할 때가 있었다. 요점은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은 정당한가'라는 게 화두였다. 서쪽나라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이용당하는 줄도 모르는 순수한 장군이를 '국가'를 위해 희생시키는 건 정의로운 걸까. 죽음으로 혜택을 누린 다수는 정의로운가. 국가를 위한다는 달달한 말로 포장해, (영화에서는 포장하는 노력도 안했지만) 개인을 희생시키고 또 다수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하고 '그게 정의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장군의 발톱>은 애석한 분단 현실을 표현한 박조열 극작가의 1974년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당시는 박정희 대통령의 긴급조치로 민주세력을 탄압하는 무자비한 시대였다. 덕분에 이 작품은 공연금지 명령을 받았다. 이데올로기 성향은 전혀 없이 순수하게 사랑과 평화를 외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권력에 아부하는 너절한 자들 때문에 탄압 받은 비운의 작품이었다. 모스크바 국제영화제에서 기립박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개봉할 극장을 찾지 못해 애석한 마음을 내비쳤던 김재한 감독 또한, 또 다른 이유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제작비가 없어 경남도민의 십시일반 도움으로 만들어진 <오장군의 발톱>. 마지막 엔딩에서 흘러나오는 고영열씨 노래 '어서가자 어서와'가 가슴을 후벼 파더라. 덕분에 엔딩크레딧 끝날 때까지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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