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별루였다가 갈수록 사랑스런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어여쁜 대사도 좋지만 장면 속 촬영지가 어딜까 더 궁금합니다. 평소 여행을 자주 다니다 보니 어지간한 곳은 제가 다 다녀온 곳이더라고요. 그중 오늘은 예쁜 곳 일곱 곳만 간추려 소개해드릴게요. 드라마를 유심히 본 사람은 누구나 "어? 저기 거기 아냐?"라는 말이 번뜩 나올 겁니다. 이번 추석엔 해외여행보다 국내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겠습니다. (내가 못 가서 이런 말 하는 거 절대 아니다요!!!)
◐ 경남 함양 '개평마을 일두고택'
조선시대엔 양반 마을을 두고 '좌 안동, 우 함양'이란 말이 있었어요. 안동 못지않게 유학자를 많이 배출했고,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일두 정여창'의 고향이자 그가 살던 일두고택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마을의 역사는 조선의 역사인 500년을 넘기에 고색창연하지만 지금도 후손을이 살고 있어 현재 진행형이기도 합니다. 일두고택은 많은 드라마의 배경이었어요. <토지>의 최참판댁, <다모>에선 어린 채옥의 생가, <미스터션샤인>에선 고애신의 집이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사랑채 처마에 크게 적힌 한자는 흥선 대원군의 친필인데 '충효절의(忠孝節義)'라고 적혀있습니다.
▲ 고애신의 정혼자 김희성이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꽃다발을 들고 애신이 집에 찾아간 장면. 지금 생각해도 떨려요. 난 남자라 시집 갈 일도 없는데, 내가 왜 떨리지는 진 나도 모름...ㅎㅎㅎ (드라마 장면 @tvN)
◑ 경남 산청 '황매산'
해발 1,108미터의 산청 황매산은 오르는 길이 두 곳인데, 합천에서도 올라올 수 있습니다. 봄에는 붉은 철쭉이 온 산을 뒤덮고, 가을엔 억새가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산을 메웁니다. 합천 방면으로는 해발 800미터까지 차를 가지고 갈 수 있어서, 촬영지인 정상 바로 앞까지는 비교적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성문처럼 생긴 곳이 있어요. 여긴 실제 성문은 아니고 영화 <단적비연수> 촬영 때 만들어 놓은 세트예요.
▲ 유진초이 부모님이 묻혀있는 돌무덤이 바로 황매산이었습니다. 유진초이가 부모 무덤에 처음 왔을 때 장포수를 만났는데, 장포수에서 술을 빌렸죠. 콧물 줄줄 흘리며 흐느끼는 유진초이가 안쓰러워 나까지 펑펑 울었.... (드라마 장면 @tvN)
◐ 경남 합천 '합천영상테마파크'
합천영상테마파크는 192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곳곳을 재현해 놓은 드라마 촬영장입니다. 독특하게도 스테프 숙소까지 갖추고 있고, 실제 세트장 처럼 생긴 곳에서 음식을 파는 등 세트장과 관광지를 겸비한 재미난 곳이에요. 저도 여기서 식사와 숙박을 한 적도 있습니다. 이곳에선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시대극의 배경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심지어 움직이는 기차와 전차까지 갖추고 있어 CG없이 현실감있는 장면도 종종 보게 되지요.
▲ 고애신이 서울에서 제물포까지 갈 때 타고갔던 기차는 합천영상테마파크에 있습니다. 물론 내부까지 고대로 재현되어 있고 들어가서 앉아 볼 수도 있어요. 그리고 구동매가 쏜 총에 고애신이 맞던 장면도 여기서 촬영 되었습니다. 우리 애기씨...흑흑 (드라마 장면 @tvN)
◑ 충남 서산 '해미읍성'
서산의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해안지방에 출몰하여 약탈을 일삼던 왜구를 방어하기 위해서 태종의 명령으로 쌓은 성입니다. 해미읍성은 내부는 넓지만 실제 주민은 거주하지 않아서 드라마나 영화 촬영에 유리한 곳인데요. 내부엔 체험거리도 많고 조선 백성들의 초가, 기와집, 관아 등 많은 건물을 재현해 놓아 구경하는 재미도 좋습니다. 특히 구한말 박해받은 천주교도의 머리를 매달았던 300살이 넘은 회화나무는 천주교인들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 제 뇌리에 콕 박힌 곳은 해미읍성 내의 동헌(東軒)입니다. 동헌은 당시 병마절도사의 집무실이었는데 행정과 재판 등이 행해지던 관아였어요.
▲ 미스터션샤인에선 동헌 뒷쪽 언덕의 청허청에서 애신의 큰어머니 조씨 부인과 종친들이 활을 쏘던 장면이 촬영되었고요. 고종의 부탁으로 무관학교 교관직을 수락하고 나오며 애신과 유진이 마주하는 장면도 동헌 담벼락에서 촬영되었습니다. 그런데 담벼락 자두꽃 뒤로 보이는 지붕은 CG라는... (드라마 장면 @tvN)
◐ 경남 하동 '최참판댁'
박경리의 소설 ‘토지’를 모르는 한국인이 있을까요? 1969년부터 시작한 집필은 무려 26년이 지나서야 완성되었습니다. 그녀의 소설은 드라마로 방영되기도 했었는데, 그때 세트장으로 지어진 곳이 하동 최참판 댁입니다. 기와집부터 시작해서 당시 백성들이 살던 초가집까지 주변에 온전히 보존되어 있어, 드라마를 본 사람들에겐 누구누구의 집이라고 적어둔 푯말만 보더라도 재미난 곳입니다. 미스터션샤인에선 김희성 할아버지 김판서의 집이었습니다.
여긴 최참판댁의 별당입니다. 꽃과 물과 아름다운 건축물로 보더라도 여성이 살던 공간이란 걸 알겠죠? 왜 드라마에서 보면 '별당 아씨'라고 부르는 걸 보셨을 거예요. 별당은 집안의 딸이 기거하며 신부수업을 받던 곳이랍니다. 미션에선 김판서가 술을 마시던 곳으로 종종 등장했죠.
▲ 왼쪽은 미스터션샤인 김판서의 집이었던 하동 최참판댁이고, 오른쪽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아프네요.) 김희성 할아버지 김판서와 외무대신이 술을 마실 때, 음식을 나르던 유진초이 어머니에게 흑심을 품던 장면입니다. 그 장면이 별당에서 촬영되었습니다. 훗날 유진초이의 불행이 시작된 쓰라린 장면 (드라마 장면 @tvN)
◑ 전남 순천 '낙안읍성'
순천의 낙안읍성 안에는 조선시대의 초가집 280여동이 잘 보존되어 있고, 그곳에는 실제 22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용인이나 제주의 민속촌처럼 관광객 유치용으로 임의 조성하지도 않았고, 안동 하회마을처럼 양반 마을도 아닌, 소 키우며 농사 짓던 서민들이 모여살던 마을입니다. 개울 건너 북쪽으론 관아도 있고 거의 원형이 완벽히 보존된 흔치 않은 곳이에요. 그런데 다 초가집인데 양반들은 어디 살았냐고요? 양반들은 성 바깥의 자신의 토지에서 노비들과 함께 집성촌을 이루고 살았지요.
보통의 성은 산 비탈이나 정상의 능선을 따라 쌓지만, 낙안읍성은 넓은 평야 지대에 1~2m 크기의 자연석을 이용하여 높이 4m로 쌓았습니다. 만든지 400년이나 지났지만 끊긴 곳 없이 잘 보존되어 있어요. 수원화성처럼 큰 돌은 아래로 배치하고 올라가면서 작은 돌로 튼튼하게 쌓았네요. 들어서면 타임머신 타고 조선으로 간 착각이 들 겁니다.
▲ 백정 구동매는 어린 시절 자신을 학대하고 엄마를 때려 죽였던 여인네들을 찾아와 복수하는 장면이 낙안읍성 초가집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드라마 장면 @tvN)
◐ 경북 경주 '삼릉'
경주 황남동에는 신라시대 왕 세명의 무덤이 한 곳에 모여있는 '삼릉'이란 곳이 있습니다. 신라 8대 왕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명왕 이렇게 세 분입니다. 삼릉은 경주국립공원 트래킹 코스 중에 한 곳인데, 삼릉관음보살입상을 시작으로 선각육존불, 석조여래좌상, 상선암, 금오봉, 이렇게 2.1km 구간, 1시간 30분 코스입니다.
삼릉이 유명한 이유는 주변으로 아름다운 소나무 숲이 있기 때문이에요. 유명한 작가지만 최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시끄러운 배병우 작가의 사진도 여기서 촬영한 겁니다. 이 장면도 어디서 많이 봤죠?
▲ 어린 시절 지게를 지고 하늘을 쳐다보는 유진초이에게 고사홍 대감이 "노비가 높은 곳을 보면 명줄이 짧다."고 말하던 장면과 어머니가 던져준 노리개를 들고 도망가던 장면이 삼릉 소나무 숲에서 촬영되었습니다. (드라마 장면 @tvN)
본문에 언급한 곳 이외에도 제가 다녀온 곳이 몇 곳 더 있는데, 아래 링크에서 자세한 사진과 이야기가 있으니 따라가 보세요.
(링크) 댐 건설로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를 절경 '지리산 용유담' | 함양여행
(링크) 세종대왕을 그린 화가 '운보의 집' | 청주여행
오늘 보여준 곳 외에도 도공 황은산의 집은 안동 만휴정, 나루터와 주막은 안동 고산정, 고애신이 사격 연습을 하던 창녕 화왕산, 그 외 서울 우이동 선운각, 인왕산 수성동 계곡 등 굉장히 많은 곳에서 촬영되었습니다. 이번 가을 추석연휴에는 <미스터션샤인>을 떠올리며 드라마 촬영지로의 국내여행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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