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1999년, 저의 첫 직장은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있었습니다. 부산 사투리 억세게 쓰는 촌뜨기가 서울에 상경해서 처음 먹었던 식사는 직장 근처의 병천순대집. 당시 부산에는 당면순대만 있던 시절이라 처음 먹어 본 병천순대의 꿀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병천'이란 곳이 어딜까 궁금해서 지도를 찾아보니 천안시 병천면 병천리라는 곳이 있네요. 그래서 경부고속도로를 오르내리며 3대 병천순대라 불리는 충남집순대, 박순자 아우내순대, 그리고 청화집을 모두 다녀와 보고서(報告書)를 남깁니다.
병천리 아우내장터 근처에는 순대로 특화된 골목이 있고, 너도나도 '원조'라 주장하는 순대집이 엄청 많아요. 하지만 현지인들의 말로는 청화집이 진짜 원조라는 사람이 많았어요. 어디까지나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라 정확하진 않지만 아무래도 현지에서 오래 산 사람의 말에 조금 더 믿음이 갑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천안을 찾으니 올 때마다 가격이 천 원씩 올라 있네요. 국밥은 아직 그대로이나 순대는 한 접시에 12,000원으로 올랐어요.
먼저 순대 한 접시가 나왔습니다. 순대를 주문하면 국밥 국물을 한뚝배기 줍니다. 국물에 순대와 내장을 넣으면 순대국밥과 똑같아져요.
12,000원 짜리 치고는 양이 많네요. 촉촉한 돼지 내장과 염통, 귀, 혀 같은 특수부위도 있어요.
병천순대는 식감이 예술이죠. 씹으면 아삭아삭한 야채와 부드러운 고기가 씹히고 돼지 피가 들어 있어 피순대 맛도 납니다. 아우내 장터 근처 순대집은 요즘은 맛이 상향 평준화되어 품질이 대부분 비슷비슷합니다.
개인적으로 순대보다 더 좋아하는 특수 부위들. 새우젓에 푹 담가 먹으면 꿀맛이에요.
3대 병천순대 중 나머지 집 사진을 참고로 보여드리면, 이 사진은 '충남집 순대'입니다. 나오는 돼지 부위도 똑같고 약간의 식감과 맛 차이는 있지만 청화집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충남집 순대가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의 이전 글을 따라가세요.
이 사진은 '박순자 아우내순대'입니다. 순대의 양과 부위가 다 비슷비슷하죠? 세 곳 모두 하나같이 다 맛있는 건 똑같답니다. 마찬가지로 박순자 아우내순대가 궁금하시면 아래 링크를 따라가 보세요.
다시 청화집으로 돌아와서... 먹음직스럽게 보글보글 끓는 국밥 그릇을 받으면 약간 설레요. 저렴하지만 든든하게 먹을 수 있는 국밥 좋아.
새우젓과 양념장을 넣고 쓱쓱 돌려 간을 맞추면 준비 끝! 순대국밥 속에는 순대와 내장이 아주 많이 들어 있어요. 진하지만 돼지 냄새 없는 국밥은 꽤나 맛있어요. 아마 국물까지 쓱쓱 다 긁어 먹게 될 거예요.
순대는 전라도와 제주도는 초장에 찍어 먹고, 경상도는 막장에, 조금 윗 지방으로 올라오면 새우젓이나 소금에 찍어 먹죠. 아삭하고 부드럽고, 돼지 피의 구수한 맛까지 들어간 병천순대, 아주 맛있습니다. 오늘 알려드린 세 곳 모두 맛이 훌륭하니 주차 편리한 곳으로 들어가 맛 보세요~~
경부고속도로 목천 IC로 빠져나오면 바로 아우내장터가 나옵니다. 천안 IC 아니아니 아니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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