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레이스가 아니다. 인도영화 '세얼간이(3 idiots)'

언젠간날고말거야 · 2013. 6. 21. 08:00 영화/영화리뷰 ·

오늘은 독특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인도영화 한편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바로 '세 얼간이 (3 idiots)' 입니다. 이 영화는 개봉 당시 포털 최고의 평점기록들을 갈아 치우며 일대 파란을 일으켰던 영화인데요, 영화의 예술적 가치가 높다기 보다는 우리나라 교육현실을 반증하는 평점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겠습니다. 그와 똑같이 인도에서 '세 얼간이'가 가지는 의미는 남자 아이에겐 공학박사가 되기만을 바라고, 여자 아이에겐 의사가 되기만을 기도하는 인도 부모들과 또한 그들을 그렇게만 교육하려 드는 인도의 교육현실을 통렬히 비판한 영화입니다. 2009년 당시 인도에서는 아바타와 같이 개봉을 했었는데 아바타를 제치고 이 영화가 단연 1위를 달렸었던 영화입니다. 그만큼 인도인들도 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관객 모두가 공감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들아가 볼까요?

┗ㅇ┛ 예고편

┗ㅇ┛ 시놉시스

인도 최고 명문 공대인 임페리얼공대(일명 ICE)는 매년 40만명이 지원해 고작 200명이 입학하는 수재자들만 다니는 대학이다. 이 대학에 3명의 골치아픈(?) 정신세계를 가진 친구들이 입학한다. 학업성적과 취업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학교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란초(아미르 칸)'. 태어나자마자 아버지가 정해준 꿈인 '공학자'가 되기 위해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사진작가가 되는 일은 포기하고 공부만 하는 '파르한(마드하반)', 집안이 너무너무 가난하고 게다가 병든 아버지와 가족들을 책임져야해서 반드시 대기업에 취직해야하는 '라주(셔먼 조쉬)'.

이 수재들에게 대학 총장은 "인생은 레이스(경쟁)이다. 세상은 2등을 기억하지 않는다"며 경쟁을 강요한다. 뿐만 아니라 총장은 과제를 늦게 제출한 학생의 졸업을 취소하고 경쟁의 대열에서 벗어난 학생들은 낙오시켜버린다. 대학에서는 창의적인 생각을 독려하기보다는 학점과 취업에만 몰아붙인다. 이런 학교의 교육방침에 '란초'는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서커스의 사자를 '잘 훈련되었다.(well trained)'라고 하지 '잘 교육되었다.(well educated)'라고 하지 않는다며 친구들을 설득한다. 친구들은 란초로 부터 영향을 받아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새롭게 개척해 나간다.

┗ㅇ┛ 우리는 인생은 레이스라고 잘 못 배웠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인생은 레이스라고 무언 중에 배워왔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짓밟히거나 패배한 삶을 살게 될 거라고 느끼며 항상 불안하게 살아왔다. 이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서도 수억마리의 정자들과 경주를 한다. 태어나자마자 파르한의 아버지는 "내 아들은 공학박사가 될 꺼야"라고 말하며 그의 운명을 정해져 버렸다. 그에게 훗날 무엇이 되고 싶은지는 그 누구도 그에게 묻지 않았다.

┗ㅇ┛ 아이들에게 자아실현은 사치일까?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사회는 어떤 모습의 사회일까? 사회가 요구하는 인물이 되기 위해 경쟁에 치이며 세상이란 톱니바퀴의 일원이 되려고 애쓴다. 사회는 무한 경쟁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아이들에게 강요함으로써 스스로 자아실현을 할 기회를 허락하지 않고 계속해서 경쟁 속으로만 몰아세우고 있다. 이 세대의 젊은이들은 치열한 경쟁속에서 벼랑 끝에 서있다. 그리고 사회는 아이들에게 자아실현 따위는 결코 요구하지 않는다.

영화 '세 얼간이'는 자아실현이 불가능한 현실사회를 비꼬며 젊은이들에게 스스로에게 당당하고 그리고 스스로를 사랑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지금 고등학교와 대학교에서 배우고 있는 교육은 배움이 아니라 누가 시간 안에 빨리 문제를 푸는가에 대한 '레이스'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건 훈련이지 교육이 아니다. 대한민국도 인도의 교육과 매우 흡사하다. 주어진 문제를 늦게 푸는 아이에게는 탈락이 아닌 그 아이에게 합당한 다른 교육방식을 찾아야하지 않을까?

┗ㅇ┛ 가르치려 드는 영화. 교훈에 감동받아 최고의 평점을 날리는 우리들.

자아실현이 힘든 통제되고 획일적인 교육의 사회일수록 '지침과 교훈' 이라는 것에 잘 고양된다. 사람들은 흔히 자신의 의식 또는 무의식 속에서 알 수 없는 욕구가 차오를 때, 그 욕구와 일치하거나 또는 비슷하게 잘 포장된 영화나 문학작품이 나오게 되면 큰 호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이 영화를 본 학생들이 최고의 평점을 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나는 보고있다. 그러긴 싫지만 우리의 아이들이 직면한 안타까운 현실을 인정하자. 참고로 이 영화는 지금도 포털 평점이 네이버 9.33, 다음 9.5점으로 매우 높다.

영화가 관객을 가르치려고 들 때, 우리는 그 영화를 통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깨달았다 손 치더라도 그건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영화의 '감동'이 아니라 '교훈'을 얻었다고 표현하는 게 맞다. 이런 '계몽' 영화가 인터넷 포털싸이트에서 역대 최고의 평점을 받았다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 인도의 현실과 같다고 하는 역설적인 반영이자 젊은이들의 현실세계에 대한 반항과 그들의 욕구표출의 결과였다. 하지만 나는 역대 최고의 평점을 받을만 한 대단한 예술적 가치를 지닌 영화라는데는 동의하고 싶지 않다.

젊은이들이 이 영화를 보고 교훈을 얻었다는 데는 100% 공감한다. 좋은 '계몽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가 포털에서 역대 최고의 평점을 달리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 씁쓸하기만하다. 영화 자체로만 본다면 억지스러운 구성과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상황 등 조금은 어설픈 영화다. 그렇다고 북한의 선전영화 같이 말도 안되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손발이 오그라 들지만 적절한 감동과 적절한 교훈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