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란티노식 에너지 충만한 복수극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좋아하십니까? 1992년 <저수지의 개들>로 화려하게 데뷔한 그는 미국 영화계에서 그를 빼놓고는 영화역사를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중요한 인물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의 웨스턴 스파게티의 잔인한 폭력성도 마음에 들고요, 현실을 비아냥 거리는 것 같은 뒤틀려 있는 정신세계도 매력적이고, 말이 엄청나게 많은 수다스런 여성 같은 섬세함도 사랑스럽습니다. 그의 대표작은 <저수지의 개들>, <킬빌>, <장고: 분노의 추적자>, <황혼에서 새벽까지> 등등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을 빼놓고는 그의 영화세계를 이야기할 수가 없죠. 원제는 'Inglourious Basterds'인데요, 2009년도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타란티노표 스럽게 폭력이 난무하고 잔인하며 우스꽝스럽고, 팔딱이는 에너지가 가득한 영화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보면 '그 옛날... 나치 점령하의 프랑스에서' 같은 작은 다섯 개의 장(章)으로 나뉘어져 있는데요,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점령당한 프랑스의 한 시골마을에 '유대인 사냥꾼'이란 별명을 가진 '한스 린다(크리스토프 왈츠 분)' 대령이 다가오자 농부는 불안한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린다 대령은 유대인을 찾아내는 놀라운 능력을 가졌는데요, 농부의 집 지하실에 숨은 유대인의 낌새를 챈 그는 일가족 모두를 사살하는데, 홀로 간신히 도망친 '쇼산나'는 훗날의 복수를 다짐합니다.

 

한편, 유대계 미국인 8명으로 구성된 게릴라부대 '개떼들'을 이끄는 우두머리 '알도 레인(브래드 피트 분)' 중위가 있습니다. 포로를 취하지 않는다는 원칙아래 그들의 임무는 적진 깊숙이 침투해 나치를 잡아 머리 가죽을 벗겨 죽이는 겁니다. 레인 중위는 영국의 스파이로 활동하는 독일 여배우 '브리짓(다이앤 크루거 분)'으로부터 나치의 핵심 지도자들이 영화 시사회에 참석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자신의 부하 '개떼들'과 함께 히틀러 암살계획을 야심 차게 준비합니다. 이 극장의 주인은 린다에게 몰살당해 가족을 잃은 쇼산나입니다.

 

 

 

 

 

 

 

 

 

영화는 유대인을 숨겨준 농부와 린다 대령의 첫 장면부터 타란티노 감독의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일상적이고 별 의미 없는 것 같은 장황한 대사에서 영화의 주제를 끄집어 내는 탁월한 능력이 있는 감독입니다. 별다른 카메라의 기교도 없이 우유를 마시며 낮은 톤으로 이야기하는 남자들의 대화 속에서 전율이 느껴지는 공포마저 감도는 예술 같은 연출능력의 소유자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저수지의 개들>에서 제가 꼽은 가장 인상적인 명장면도 바로 첫 장면인 남자들의 수다스런 대화장면일 정도로 대사 쓰는 능력과 그것으로 분위기를 장악하는 능력이 남다른 감독이죠.

영화 속에는 그의 음악적 감각도 매우 돋보입니다. 이탈리아 작곡가인 엔니오 모리꼬네, 데이비드 보위 등 한 시대를 대표하는 뮤지션들의 음악이 등장하는데요, 나를 통과했던 10대와 20대 시절 느꼈던 감성들이 멜로디를 타고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특히, 붉은 색 원피스를 입은 쇼산나가 총에 맞고 쓰러지는 슬로우 장면에서 흐르는 엔니오 모리꼬네의 'Revolver'는 슬프지만 기막히게 아름답다는 역설을 보입니다. 타란티노 감독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연출할 수 있을까요?

 

팔딱이며 살아있는 이 영화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장난기와 위트, 그리고 잔인한 폭력이 152분이란 긴 런닝타임 동안 이어집니다. 하지만 결코 지루할 틈은 없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의 원제목 'Inglourious Basterds'가 좀 이상하죠? 제목의 철자가 틀린 이유는 동명의 2차 대전을 배경으로 하는 1978년 이탈리아 영화에서 빌려온 것인데요, 타란티노 감독이 일부러 철자를 틀리게 썼습니다.

 

 

 

 

 

이래도 안볼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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