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노숙자 이야기, 독립영화 '미스진은 예쁘다.'

여행, 익숙함과 편리함을 버리고 짊어질 수 있을만큼만 소유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를 떠미는 것.

얼마 전, 제50회 대종상영화제 영화심사가 끝났습니다. 올해도 제가 참여했었는데요, 그 때문에 블로그에 조금 소홀했습니다. 이번 50회 대종상영화제에는 총 52편의 영화가 출품되었습니다. 17일간 토요일/일요일도 쉬지않고 하루 7시간씩 영화를 보고 평가하는 강행군을 했는데요, 일부러 영화심사기간 동안에는 출품된 영화의 리뷰를 최대한 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지는 않겠지만 제 글을 다른 분이 보시고 여론이 형성되거나, 심사에 영향을 미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그런 것인데요, 이제 평가가 끝났으니 마음놓고 한편씩 천천히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다 올릴 순 없구요, 인상깊었거나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리고 싶은 영화 한편씩 리뷰를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올해에는 심사위원의 자격이 엄격해지고 그 수도 줄었습니다. 심사위원 40여분들은 모두 영화감독/촬영감독/오디오감독/평론가/시나리오작가/음악 작곡가/여행작가/영화연출 석,박사와 대학교수님까지 참여한 20세부터 70세까지 남녀노소가 모인 공정한 심사였습니다. 영화심사 과정에서 심사위원끼리 모여서 영화이야기를 한 적도 한번도 없구요, 같이 밥을 먹으면서 영화이야기를 한 경우는 없었으며, 따로 회식자리도 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영화에 관해 여론이 형성된다거나, 본선 진출작에 관해서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체의 행위도 없었음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그나저나 올해는 어떤 영화가 상을 받을까요?

 

아무튼 오늘은 독립영화 <미스진은 예쁘다.>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자 들어가 볼까요?

 

 

 

 

 

 

 

 

◎ 예고편

 

 

 

 

 

 

◎ 간단한 줄거리

 

부산에는 상상밖으로 시골 간이역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동래역이 있습니다. 동래역에 어느날 범상치 않은 외모를 한 일명 '미스진(진선미 분)'이라 불리우는 여자와 그 여자가 데리고 온 여자아이 '꼬맹이(박나경 분)'가 나타납니다. 이 둘은 자신들도 국민이기 때문에 동래역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라고 주장하며 거기에서 노숙을 시작합니다. 거기에 알콜 중독자 '동진(최웅 분)'까지 합세하며 조용하던 역은 부산해지기 시작합니다. 삶이 무미건조하고 실증나던 철도 건널목 관리원 '수동(하현관 분)'은 오랜만에 활기찬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됩니다.

 

 

 

 

 

 

 

 

꼬맹이는 미스진이 먹고 있던 뻥튀기가 먹고 싶어하다 이 둘은 인연을 맺고, 알콜중독자 동진은 미스진이 동래역 벤치에서 먹고 있던 무료식사를 같이 나눠먹으며 인연을 맺게됩니다. 철도건널목 관리원 수동은 꼬맹이가 가지고 놀던 실타래가 발로 굴러 들어오면서 서로 인연을 맺고, 동진은 수동에게 자판기커피를 얻어 마시면서 인연을 맺게 됩니다. 이제 이들은 사소한 인연으로 인해 실타래처럼 서로의 인생에 조금씩 얽히기 시작합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큰 갈등구조가 없습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관객들은 시선을 놓지 못하고 데굴데굴 잘만 굴러갑니다. 어찌보면 아무 갈등이 없는 그들의 인생이 현대를 사는 우리보다 더 다행스럽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전혀 서로 연결될 것 같지않은 이들의 인생은 수평적으로 서로 연결되며, 외롭고 쓸쓸하고 세상만사 고민은 모두 가지고 있을 법한 이른바 '밑바닥 인생'들끼리 오히려 경쾌하고 밝게 서로를 보듬어주며 행복한 유쾌함을 잃지 않습니다.

 

 

 

 

 

 

 

 

영화의 백미는 큼직한 여행가방을 들고 각양각색의 옷을 레이어드(?)해서 입고 거친 부산 사투리를 쓰는 '미스진'입니다. 그녀가 왜 노숙생활을 하며 길거리 꼬맹이를 자식처럼 보살펴주는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러한 행동으로 보아서 아이와 관련된 비슷한 아픔이 있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그리고 수동의 집 TV 위에는 가족사진이 놓여있지만, 현재 같이 살지 않습니다. 이도 마찬가지로 어떤 사연이 있어 쪽방에서 혼자 외로이 사는가에 대해 영화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이렇게 섞여질 것 같지않고 가난한 이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서로 보듬어주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도로 자본화되고 어찌보면 비열한 도시의 뒷모습을 그려내고 있어 자칫 무거운 영화가 될 수 있지만, 감독은 발랄하고 경쾌하게 풀어갑니다. 딴세상 사람으로만 여기던 노숙자들과 그들의 인생을 자신은 아줌마가 아니라고 우기는 '미스진'을 통해서 감동적인 휴머니즘으로 솜씨좋게 엮었습니다.

 

 

 

 

 

 


미스진은 예쁘다 (2013)

Beautiful, Miss Jin 
9.1
감독
장희철
출연
진선미, 하현관, 최웅, 박나경, 박호천
정보
드라마 | 한국 | 98 분 | 201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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